자유의 감옥 올 에이지 클래식
미하엘 엔데 지음, 이병서 옮김 / 보물창고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려원에서 출간된 책으로였는데, 정식 버전이 아니라서 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듣고 구매를 포기했었다.  그런데 얼마 뒤에 이 책이 정식 출간되었다. 얼마나 기쁘던지.. ^^

한 권 구입해서 소장하고, 나중에 1+1 이벤트 때 또 구매해서 보관해 두었다. 좋은 지인에게 선물로 주려고.

그리고 내 책은 직장 동료들에게 읽어보라고 빌려주었는데.... 그리고 사라졌다.ㅡ.ㅡ;;;

한학기가 다 끝나갈 무렵 수소문 해 보니, 워낙 여러 사람에게 책이 건너가고 있던 중이라 도대체 소재지를 알 수가 없었다. 덴장..ㅠ..ㅠ

결국, 내 책은 공중 분해되었다. 이미 읽었고, 여러번 샀지만, 그래도 내 수중엔 책이 없다. 이런 황망한 일이...;;;;

아마도 조만간 못 참고 다시 사게 되지 않을까... 소장욕이라는 게 보통 무서운 집착이 아니다.

아무튼, 작품 이야기를 조금 해 보자.

일단 나는 제목이 너무 맘에 들었다. 자유의 감옥이라고 썼지만 자유=감옥이라는 의미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의 의미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규정되어 있으니, 그 역설의 미학에 나는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 미하엘 엔데는 기발한 상상력과 판타지적 구성으로 독자를 크게 휘두르며 실력 발휘를 맘껏 하고 있다.

첫편'긴 여행의 목표'에서는 '미저리' 풍의 섬뜩한 스릴마저 느껴졌었고, 코막힌 상태에서 입을 틀어막아 질식사한 이에게 묵념을....;;;;;

'보로메오 콜미의 통로'는 작품 속에서 부인이 문앞의 남편을 보고 섬뜩해하며 놀라는 장면이 너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서 꼭 내가 그 자리에 서 있었던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아마 그런 일이 발생하면... 나는 기절하고 말 것이다ㅠ.ㅠ

'교외의 집'은 엉뚱하지만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인데, 너무도 기이한 일이 많은 이 세상에서, 정말 그런 집 하나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 동네에 그런 집이 있으면 난 이사가고 말거다. 무서워서ㅠ..ㅠ 겁많은 독자는, 미하엘 엔데의 환상문학을 괴기 문학쯤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그밖에 다른 작품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자유의 감옥'이 가장 압권을 보였다.  '자유'라고 하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다.

매트릭스 영화를 보고 났을 때의 기분이랄까. 우리가 진리라고, 혹은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이 세상의 구조가, 사실은 모두 가짜이고, 우린 누군가에게 조종되면서 살아가고 있는 거라면???? 이런 흠칫 놀라게 만드는 상상력을 갖게 한 셈인데, 숱하게 많았던 문이 열개로, 그리고 하나로 줄어드는 장면은 몹시 인상적이었다. 인생의 선택이라고 하는 문제가 결국엔 그런 것이 아닐까.  수 많은 문들 중 진짜 문 하나를 찾는 게 아니라, 그 문을 열 것인가 닫힌 채로 둘 것인가의 선택...

그래서 이 작품은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고, 경쾌하지만 동시에 우울하기도 한 작품이다.  그 이중성이 곧 미하엘 엔데의 장점이자 능력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모모'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덜 유명한 것 같아서 조금 억울하다. 굉장히 수작인데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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