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해방대작전 7
이미라 지음 / 시공사(만화)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역설적인 설정이었다.  여성들이 군림하고, 힘도 세고, 모든 기득권을 차지하고..

그래서 남자는 그 사회에서 노예에 불과하고, 여자 잘 만나 호강하는 게 최고의 꿈이고, 대부분은 죽도록 일을 해도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파라제국... 그래서 그들 남성을 해방하기 위한 반란군이 조직된 나라...

작가 이미라는, 2천년대 들어서서는 그닥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데, 90년대에는 최고의 히트 메이커였다.

스트리가 치밀하거나 아주 섬세하다고 느낀 편은 별로 없지만, 동화같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연출했으며, 때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어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현실 세계에 대한 치열한 반영은 별로 없었지만, 때로 이렇게 사회의 모순된 장면들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도전했었다.

이 작품이 처음 나왔을 때 몹시 신기했더랬다. 결정적으로 1편에서 남성 해방군으로 만들기 위해 현실 세계에서 데려간 주인공이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장면과, 그녀를 데리러 온 예쁘장하게 생긴 소년이 사실은 이 나라에서 황제가 총애하는, 심지어 별명조차 '경국지색'인 가네샤였다는 게 밝혀지는 장면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가발이 두토막 나면서 길게 치렁치렁 휘날린 머리카락과 뭔가 체념한 듯한 메마른 눈길이 주는 느낌이 몹시 애달펐기 때문이다.

이후, 가네샤의 과거, 즉 아버지때의 비극적인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그가 웃음을 잃은 이유, 그렇게 절망에 담긴 눈빛을 하는 이유,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모질게 살아가는 이유를 알아가니, 그들의 해방을 나 역시 절실하게 바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설정은 독특하고 재밌지만, 이 작품이 우리 현실 속 여성의 문제에 대해 정면도전한 투쟁의 책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걸 바란다면 차라리 김미영 작가의 "왔다"가 더 본질에 가까이 다가갔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졌고, 좀 더 심각하게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 것은 고무적이다.

여자주인공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약한 게 흠이지만, 그가 해방군에서 큰 역할을 해낼 거라고 의심치 않으며... 그나저나 완결은 대체 어디메이냐고 울며 묻는다. 나의 책들도 너무 오래 먼지를 타는 것 같은데 조만간 청소를 해줘야 할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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