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生) 청목 스테디북스 79
에밀 아자르 지음, 김영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작가 이력이 독특해서 눈에 띄었다. 이미 이름을 날린 작가인데도 다른 이름으로 작품을 냈고, 한 사람이 한번 밖에 탈 수 없는 상을, 이름을 바꾼 덕에 두번 타기도 했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며 유서를 남긴 까닭에 그가 또 하나의 자신임이 세상에 드러난...

그래서 작품을 읽으면서 더 어둡게 느껴져 때로 읽는 호흡이 힘들기도 했다.

외롭고 고독하고, 상처가 많은 소년.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어린 줄로만 알았던, 그래서 그 나이만큼의 어리광이나 투정을 인정받고 싶지만, 무엇도 허락되지 않아 더 외롭고 지쳤던 소년의 성장기.

똑같이 외롭고 고독한 로쟈 부인. 창녀들이 낳아놓고 키우지 못한 아이들을 데려다 돌봐주면서 양육비를 받는 그녀. 때로 부모를 찾아줄 수 있음에도 돈 때문에 외면하기도 한 그녀는, 과거의 추억 속에 살면서, 현실의 고통을 잊으려고 하지만, 그럴 수록 더 외로워지고 고통에 빠져들기만 한다.

그녀가 죽었을 때 주인공 소년이 겪게 되는 혼란. 이별의 부정은, 그 또래 아이가 겪는 죽음에 대한 고통을 꽤 적나라하게 묘사되었다.

파리의 뒷골목. 버림받은 아이들, 불청결한 주거 환경, 교육받지 못하는 서러움, 사랑에 대한 갈망과 갈증,

작품은 지금으로부터 30년도 더 전에 쓰여졌지만, 사실 지금도 전혀 낯설지 않은 풍경의 모습들이었다.

아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밝고 경쾌한 맛은 전혀 없지만, 오히려 지독히 어둡고 무겁기만 하지만, 어쩐지 피하고 싶지 않은, 피해서는 안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게 하는 작품이었다.

작품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인데, 여운은 꽤 오래 갔다.  그들의 외로움과 소외에 위로를 보내며, 나 자신의 주어진 모습들에 감사하며... 아직도 외롭고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