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르츠 바스켓 15
타카야 나츠키 지음, 정은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도 어쩐지 어리게 들렸고, 이 책을 추천해 준 사람의 취향도 솔직히 믿음이 안 갔고, 그림체는 또 너무 어린애 타입이라서, 나는 이 작품이 청소년들의 로맨티시즘에 불을 지른 그저그런 작품일 거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그래도 추천하는 이가 하도 많아서 궁금하니 한번?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되었는데, 왠걸, 바로 얼굴이 붉어지고 말았다. 지레 짐작한 나의 철딱서니 없는 편견이 미안해서.

12지를 소재로 삼은 것도 몹시 특이했지만, 12가지 동물 중에 고양이가 들어가 있지 않다는 사실에 착안한 것도 몹시 신선했다.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던 사실이 뒤늦게 내게도 궁금해지고 말았다.

주인공 토오루는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다. 캔디처럼 씩씩하고 위해주는 남자들도 많다^^;;;

그래도, 외형은 어찌나 소녀같던지, 캔디는 무릎을 꿇어야 할 지경^^;;

안소니 형의 잘난 캐릭터일 줄 알았던 유키는 의외로 소심쟁이 왕자님이었다. 그가 갖고 있는 컴플렉스와 가족에 대한 애증은 여성들에게 어찌나 모성애를 불러 일으키는지...;;;;;(게다가 외모가 한몫 하지 않는가^^;;;)

소마 가의 여러 인물들이 하나같이 토오루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모두 완벽해 보이는 듯하지만, 하나씩의 컴플렉스와 상처에 둘러싸여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그 굳게 닫힌 외벽을 두드리는 인물이 토오루. 자신의 상처도 크고, 자신의 삶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 그녀지만, 그녀는 두려움과 공포마저도 덮을 만큼의 사랑으로 소마 가에 접근하고 그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열여섯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들이지만, 그만큼 어리고 순수하기 때문에 또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의 경계 같은 것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흔하디 흔한 로맨틱 순정만화 쯤으로 치부했던 내게 한방 먹인 것 같은 충격을 준 부분이 바로 이부분이었다.

상처와 치유, 그 고리를 이어주는 마음의 진실성 말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던데, 아직 보지는 못했다. 만화책처럼 빨리 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더 재밌다는 소리도 많이 듣지만 아무래도 애니 쪽은 잘 못 보게 된다.

그래도 나중에 기회 있을 때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소재의 다양화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더 깊은 감수성과 섬세한 그림체를 가진 작가도 많은데, 일본만큼의 다양성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아직 뒷부분 세 권을 읽지 못해서 15권에서 리뷰를 썼는데, 빨리 뒷부분도 봐야겠다. 읽을 게 너무 넘치는 요즘이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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