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없는 낙원 1
사노 미오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5월
평점 :
품절


어느 사이트에선가 순정만화 추천해 달라는 요청에 누군가 "네가 없는 낙원"을 추천하였다.

그때는 당장 궁금하지 않았지만 나중에라도 보려고 제목을 적어두었는데, 그리고 나서 이 책을 내가 다시 찾아보기까지는 일년이 더 걸려버렸다ㅠ.ㅠ

책방에서 마땅히 고를 게 업어서 서성이다가 다시금 이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도 그리 생각했지만 제목이 몹시 문학적이다. 그림을 펼쳐보니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누군가 적극 추천했을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그래서 두어권을 빌려서 읽었는데, 뜻밖에 무지 재미있는 것이다.

이때의 재미란 깔깔깔 웃는 성격의 그런 글은 아니지만 잔잔한 여운이 남으면서 기대가 되는 그런 느낌 말이다.

영화로 치면 "미술관 옆 동물원"같은 기분? ^^;;

그래서, 몇 권을 더 빌려보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구입해 버렸다. 아무래도 앞으로 나오는 책들을 계속 빌려보는 것은 낭비란 생각에.

나도 이미 지나쳐온 중고등학교 시절이건만, 이렇게 학원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보고 나면 아련한 향수에도 젓게 되고, 그 시절 그랬는데... 라며 까마득해지는 기억을 추스려 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렇게 생생하게 현장감을 느끼게 해주는 작가들이 신기하고 고마웠다.

주인공 토모에가 아버지와 나누었던 교감과, 그녀 자신의 자연에 가까운 성격 취향 등등도 모두 독특했고, 그녀의 거칠지만 예뻤던 사랑 이야기도 수줍음 이상으로 감격적이었다.

특히 7권이었던가. 마음 속에 도사리고 있던 애틋한(그러나 애절에 가까운) 감정을 기어이 깨닫게 되는 순간을 지하철 역 내에 물이 파도처럼 차오르는 장면으로 연출한 것은 내가 생각하는 베스트 씬이었다.

'사랑'이란 게 그랬던 것 같다. 긴 것 같으면서 아닌 것도 같아 혼란스럽고, 멀어져 있으면 가까이 있고 싶고, 가까이 있다 싶으면 부담스럽고, 다시 멀어지면 불안하고, 한 순간에 모든 사고를 마비시킬 수 있는 강한 중독성도 지니고 있고, 그 하나로 세상 모두를 가진 것 같은 기쁨도 줄 수 있는 놀랍고 신기한 존재.

아이였을 때의 토모에와 다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성장했을 때의 토모에의 삶과 가치관, 그리고 사랑의 모습은 저마다 차이가 있다. 그녀의 성장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도 같이 성장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이 작품의 진정한 또 하나의 매력은 이미 작품 제목에서 말해주듯이 "네가 없는 낙원"이다.

아버지는 유명 사진 작가.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 법한 인물인데, 그는 또 자연주의작가이다. 놀랍고 기이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도 그가 보내오는 엽서의 말미에는 매번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네가 없는 낙원에서 아빠가..."

세상에 아무리 아름답고 멋진 풍경을 보고 있더라도, 함께 있어서 좋을 그 사람이 없다면 그곳은 낙원이되 진정한 낙원이 될 수 없다. 아버지의 사랑과 마음을 모두 증명해주는 한문구, "네가 없는 낙원"..

그래서, 작품이 경쾌하게 진행이 되더라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뭔가 싸아하면서 아련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것은 이미 내가 어른이 되었고, 그래서 삶이 결코 녹록치 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또 "네가 없는" 낙원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알법한 시간을 지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평범한 학원물처럼 보여지는 이 작품에는 인생이 있고 사랑이 있고 또한 우리의 추억이 같이 담겨 있다.

그래서, 아직 완결도 되지 않은 이 작품을, 나는 선뜻, 무조건 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둘러 주변에 소문 좀 내고 같이 수다라도 떨고 싶건만, 애석하게도 이 작품을 아는 사람이 그닥 많아 보이지 않았다.(남자 주인공이 좀 더 잘생겨야 하는데, 그림상으로는 미남이 아니다ㅠ.ㅠ) 그래서, 다그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본다.

보다 많이 읽으라고.. 정말 좋은 책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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