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멜리 노통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면 늘 놀라기 마련이었다.

너무 '깨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이런 발칙함은 대체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을 늘 수반하였다.

이 책도 그랬다. 세살짜리 어린 아이('아가'에 더 가깝지 않나?)가 스스로를 '신'으로 여기며, 본인의 위대함을 찬양(?)하며, 어른들과 그들이 세상을 비웃으며 맘껏 잘난 척을 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펼쳐 보여주는데, 단순히 '귀엽다'라는 말로는 전혀 설명도 안 되고 어울리지도 않고, 그저 놀랍다고만 할 수 있겠다.(신을 감히 '파이프'라고 표현할 수 있는 뻔뻔함은 과히 압권이었다.)

작가는 외교관인 아버지를 둔 덕에 어려서부터 여러나라에서 살아보며 그들의 문화를 접하고 그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작품의 배경은 일본인데, 작가의 작품 중에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 편이다. 그때마다 주인공 소녀의 당돌함과 발칙함은 당차기도 하지만 어찌나 버릇이 없던지....(솔직히 부러운 면도 있었다....ㆀ)

환경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천성이 그랬던 것일까. 아무튼 아멜리의 작품에는 무척 자유로우면서 예민하고, 자신만의 세계관을 확실하게 구축한 주인공이 꼭 등장한다. 그리고 내 기억에 주인공은 꼭 여자였다. 혹은 남녀가 같이 주인공을 하더라도 남자 혼자 주인공이었던 적은 못본 것 같다. 아, 있긴 있었다. 적의 화장법^^;;;

하여간, 대부분 여자애들이 주인공인데, 어떻게 그 나이 시절을 잘 기억할까 싶을 만큼 꼭 그 연령대의 말투와 생각의 폭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선 당연히 세살짜리 어린 아이의 눈이지만(서양인들의 세살은 우리 나이 5살도 가능하겠지?) 세살치고는 꽤 조숙하다.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행동하는 아이의 언행은 어리기 때문에 지극히 당당하다. (그리고 밉살스러울 만큼 영악하다.)

가족들은 모두 성인이기 때문인지 '서양인'의 이미지가 느껴지는데, 그녀는 어리기 때문인지 '동양'도 '서양'도 모두 느껴지고 또 모두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사실 난 그녀가 외계인이라고 믿고 있다.ㅡ.ㅡ;;;)

작품 속에는 배경이 되는 일본의 문화와 그곳 사람들에 대한 인상도 주관적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일본인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조금 웃기기도 했고 조금 시원하기도 했다^^;;;

원제는 Metaphysique des tubes 로 "튜브의 형이상학"이라고 직역된다.(잽싸게 검색해봤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살'이라는 제목은 우리나라에서 번역하면서 붙였을 텐데, 앞서 원제가 너무 어려운 제목이기는 하지만, 좀 뜬금없는 제목이기는 하다. 읽어보시라. 아름답다고 여겨지는지... 엽기와 영악 그 중간 어디쯤 해당하는 세살 아이다^^;;

그렇지만, 내용을 보면 튜브의 형이상학이라는 원제는 충분히 어울린다고 느껴질 것이다.  노통에 대해서 불편해할 것 같은 이들에게 처음 소개할 때 이 책을 추천한다. 비교적 소프트하니까. 다른 작품들은... 말해 무엇하리. 외계인의 작품인 것을.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