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의 경우 절판이 많아서 중고책을 뒤지곤 한다.

이번에 서양사 관련 책을 읽다가 프랑스 종교 전쟁에 주목하게 되었다.  위그노 전쟁을 떠올리면 항상 "불새의 늪"이 떠오르곤 했는데,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실존 인물이 그 책에 등장하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갑자기 쿵쾅쿵쾅 가슴이 뛰고... 수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대학교를 휴학하고 비디오 만화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근처 책방이 문을 닫으면서 책들을 싼 값에 팔고 있었다. 이때 황미나 "불새의 늪"을 8,000원에 팔았는데 알바 끝나고 가려던 나는, 그곳 영화마을의 다른 지점 사장님이 책들을 모조리 인수하는 바람에 책을 못 사고 말았다. 어찌나 실망이 컸던지.ㅡ.ㅡ;;;; 기력상실, 회복 불능으로 흐느적거렸던.... 사장님께서 넘 실망 말라고 위로도 해주셨던....;;;;


불새의 늪 작품 속 캡쳐 (퍼온 사진..;;;)

에헷,, 근데 그 책을 다시 검색해 보니 중고책 서점에서 12,000원에 파는 것이다.(8권 완결이다)

넘넘 기뻐서 당장 주문했다. 배송료가 붙기 때문에 더 구할 책 없나 뒤적여서 노아 벤샤의 야곱 시리즈를 같이 구매했다.

책이 하루만에 도착했는데, 만화책이야 새 책이 나온 게 아니라서 오래되었어도 불만이 없는데, 야곱 시리즈는 많이 오래됐다ㅡ.ㅡ;;;;

변색되어 있고 내가 싫어하는 장평 좁은 신명조체..ㅠ.ㅠ 게다가 폰트도 너무 작고 줄간도 좁고...

어흑어흑,...

게다가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원작 제목의 "작은 나무야, 작은 나무야"도 같이 구매했는데 이 책의 조악한 표지란 "뜨악" 수준이었다ㅠ.ㅠ

이래서, 새 책을 사나 보다. 싸다가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ㅡㅡ;;)

헌데, 헌책에도 가끔 묘미가 있을 수 있으니, 노아 벤샤의 빵굽는 야곱엔 먼저 주인의 메모가 담겨 있었다.

인상 깊었던 구절에 대한 비교적 철학적인 사색이 담겨 있는 글자취였는데, 재밌는 것은... 분석 스타일이 딱 '수능' 스타일이었다.

얼마 전 바람구두님 페이퍼에서 본 것 같은데, 자동적으로 분석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헤치려는 자동 본능 같은 그런 의미 말이다.

정성 들여 쓴 글씨가 여고생 같아 보였는데, 뭐... 짐작이니까 알 수는 없는 일이다. ^^

하여간, 중고 책은 정말 잘 생각하고 사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했고... (지난 번 중고 책 샀을 때도 같은 다짐을 했었지만...ㅡㅡ;;;)

그랬는데, 또 다른 서점에서 더 싼 가격에 내가 꼭 갖고 싶었던 만화책들이 줄줄이 있는 것을 보았다. 아, 책 사다가 인생이 끝장 날 지도 모른다는 엄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 큰일이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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