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기사 3
김강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김강원을 주목한 것은 '바람의 마드리갈' 때부터다. 신일숙의 추천이라는 한 문장 때문에 집어들었던 그 책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중세물이었는데, 시대물이었고 추리물이었고 여러 중첩된 사연과 사건의 교차가 진행되는 내용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아쉽게도 1부만 완성하고 그 후 깜깜 무소식이다. 놀랍게도 그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해서 눈 크게 뜨고 봤던 기억이 나는데, 그 후 십년 정도 뒤에 나온 여왕의 기사는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일단 아동물이었고, 그림은 지나치게 길어졌고(12등신은 될 거다. 아마...;;;;), 은유보다는 직설에 더 가까운 전개를 갖췄다. 아마 아동물이라고 하는 현실적 제약이 있기 때문이겠지만, 이전보다 훨씬 쉽게, 그러나 진부하지만은 않게, 그리고 순수한 이야기의 진행이 나를 더 즐겁게 기쁘게 만들어 주었다.

완결 되기까지 꽤 오래 걸린 셈이지만 그래도 잡지 폐간 안 되고 완결 본 게 어디냐며 위안을 했었던 나다.  한국의 만화 잡지들은 수명이 너무 짧다..ㅠ.ㅠ  그 사이 작품은 유명해져서 유럽에까지 수출이 되고 하여간 용 됐다^^;;;

독일어 단어들의 생소함과 약간은 거친 느낌들이 오히려 파릇파릇한 신선함을 더해 주었고, 그들 나라의 봄을 유지해주는 것은 여왕이 품고 있는 '사랑'의 마음이라는 설정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여왕들은 모두 세속적인 사랑을 하였고, 그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 나라 판타스마에 겨울을 가져왔다.  늙지도 않고 마음을 열지도 않는 리이노는 또 다시 여왕을 찾아오고 여왕은 다시 그를 사랑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을 가져간 여왕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에서는 평범한 중학생이었을 유나는 정해진 순서처럼 리이노를 사랑하지만, 리이노 역시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된다. 진부하다고? 음, 그렇지만 작품을 보면 그리 진부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유나를 지키려는 기사들, 시작은 정략적인 목적에 의해서, 혹은 종족을 보호하려는 사명감에 의해서였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우정과 사랑을 고귀한 이름으로 지켜내었고, 그만큼 또 성장했다. 성장은 리이노와 유나도 함께 받은 선물이었다. 유나가 가져온 봄이 기존 여왕들이 가져다 준 봄과는 질적으로 다를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리이노뿐 아니라, 판타스마 그곳 사람들과 그 나라 자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사랑과 봄에는 세속 그 이상의 무엇이 있었던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머리카락이 자라버리고 2차 성징의 모습처럼 여성스러워지고 자라는 여왕들. 이런 설정들이 이 책을 보았을 학생들의 마음을 얼마나 콩닥거리게 했을까. ^^ 이미 다 자란 내 마음도 설레이고 그랬는데..

제목은 또 얼마나 문학적이고 감수성을 자극하는가. 솔직히 난 제목에서 50점 이상 따고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엔딩은 비교적 전형적인 편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상의 좋은 결말도 아마 힘들었으리라. 나는 만족했고 또 만족했다.

그나저나, 바람의 마드리갈은 과연 완결을 볼 생각이 있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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