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곰 왑의 삶 - 시튼의 야생동물 이야기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지호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사실 책의 구성은 소설이지만, 동물들의 생태를 생생하게 관찰하고 연구한 뒤의 작업물이기 때문에 어쩐지 픽션의 영역으로 이 책을 분류하고 싶지가 않다.

원래 어린이용으로 나왔던 책을 어른들이 볼 수 있는 책으로 완역판을 냈다고 한다.  사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재밌다~하면서 보긴 했지만. ^^

음, 아마 그런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어릴 적 읽었었던 파브르 곤충기... 같은 분위기를 다시 맛보리라고.^^

사실, 파브르 곤충기를 너무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 파브르라는 사람이 참 대단하네.. 라고 감탄했던 것만 기억한다..ㅡ.ㅡ;;;;

이 책을 나이 들어 읽으면서는, 어느 세계든 그렇지만, 동물들의 세계도 참으로 치열하구나... 격정적이고 열정적이고 또 비정하기도 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마치 저자가 동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동물을 의인화 해서 인간의 이야기를 빗대어 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내용의 전개가 보다 친숙하게 느껴지고 또 싸아하고 애틋한 기분마저 드는 것이다.

회색곰 왑이, 어려서 부모를 잃고 홀로 살아남는 과정은 산전수전 다 겪으며 자수성가했다가 다시 외롭게 져가는 노년의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사람도 동물도 강한 자 앞에서 몸을 낮추는 그 습성을, 책을 보면서는 절대 비웃거나 비판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건 어디까지나 생존 본능이니까.

강하고 늠름했던 왑이 늙고 병들어서 자신보다 약했던 동물들에게까지 배척당하고 멸시 당하는 모습이 참 서러워 보였다.  역시 인간의 모습을 그 속에서 보았기 때문이리라.

자존심을 지키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숫사슴도 인상적이었다.  자존심이란 스스로를 존중해주는 것인데, 그래서 더 멋지고 아름다워 보일 수 있나 보다.  여기서는 이솝우화에서 뿔을 자랑스러워 하고 볼품없어 보이는 다리를 비웃었던 그 사슴이 같이 생각난다^^;;;

이런 책은 어린 아이가 읽으면 어린 아이의 눈으로, 성인이 읽으면 성인의 눈으로 각자 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엄마와 아이가, 아빠와 아이가 같이 읽으며 함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좋은 동기를 제공해 주리라.

그러 의미에서 이 책을 오늘도 강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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