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
김성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누군가가 고생해서 내게 선물해 준 책이다. 절판된 지 오래여서 책을 구할 수가 없어, 서점마다 일일이 전화를 해서 어느 구석진 서점의 지하 창고 중 끄트머리에 뭍혀 있는 책을 겨우 찾아냈다고 했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읽게 하고 싶을 만큼 좋은 책이냐고 반문하니, 꼭 보았으면 한다고 했다.

솔직히 내 취향의 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좀 시쿤둥 했다. 표지는 또 얼마나 촌스럽고, 제목은 또 얼마나 자극적이던가.... 정말 첫인상은 별로였다.

그런데, 책을 보고 나서 입장은 완전히 달라졌다. 혹시라도 절판된 책이지만 구할 수 있을까 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오프라인 책 매장에 나가게 되면 창고에라도 없냐고 물어보곤 했다.  정말 멋진 책은 표지나 제목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뭐든, 시작이 중요하고 첫 단추가 중요한 법. 김성수 사장님은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서 부던히 애를 쓴다.  누가 보아도 재벌집 따님으로 편안하고 안이하게 살 수도 있었는데, 그녀는 모든 유혹을 걷어내고, 맨손으로 일어선다.  그 과정은 분명 녹록치 않았다.  그렇지만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컸다.

그녀가 첫 주문을 따내었을 때, 모두가 술자리 문화나 로비로 승부를 볼 때 홀로 실력으로 승부를 걸 때, 박수라도 치고 싶었다.  그녀가 이루어낸 모든 값진 열매는 그녀와 그녀 회사의 자산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산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맨손으로 시작했기에, 대한민국에서 여사장으로서 일어섰기에 더 많이 흘렸을 눈물에 찬사를 아낄 수가 없었다.

가장 나를 압도시킨 대목은 발상의 전환이나 아이디어의 반짝임으로 큰 이익을 남기거나 회사가 성장하는 모습보다, 그녀가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편견에 사로잡힌 여러 영향력 있는 외국의 인사들을 설득시키는 장면이었다.

술주정뱅이 아버지 밑에서 억압받는 어린 아이, 그 아버지가 밉다고 아이까지 그대로 방치해둘 것이냐고...

그녀의 비유는 너무 적절했다.  누구도 그 자리에서 No.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들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그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그녀의 마음이었고 신념이었고 동족에 대한, 어린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랑이었다.

그녀는 아마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제대로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이 등장했으면 한다. 우리의 어린 아이들 중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 모두의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당당히 비상하는 날들이 더 많이 왔으면 한다.

물론, 화려한 비행 말고도, 삶 속에 작은 실천 속에서도 날아갈 수 있는 우리이기를 바란다.

김성수 사장님처럼, 그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선한 사랑이 늘 우리의 모습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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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송이송이 2006-05-18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빨리 읽어보고 싶게 만드네요.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마노아 2006-05-18 0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하기가 쉽지 않지만 도서관에는 있을 것 같아요. 꼭 보세요. 저도 추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