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희 14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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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 대재벌의 상속녀. 세상에 초연한 듯 보이는 성격의 설희. 그런 그녀의 피를 뜨겁게 만드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무려 400년을 기다려온 전생의 인연이 그녀를 기억해 내었는데, 소중한 존재가 생기면 인간은 약자가 되는 법. 한때 동정심에 끌려 제 피를 나눠준 게 사단이 났다. 인간이란 좀처럼 변하지 않는 존재. 글러먹은 인성의 베라는 독자마저도 들고 있던 핸드폰을 부숴버리고 싶게끔 만드는 패악질을 부리네. 기억력 감퇴라는 것은 비록 외모는 늙지 않아도 신체의 나이는 먹어갔다는 얘기 같은데, 설희가 오한을 느낀 것도 비슷한 맥락의 어떤 변화 같다. 

400년이란 긴 시간을 지루하게 살아와야 했다면 설희에게 죽음은 오히려 선물이 될까.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어가고, 당연하듯이 종말을 맞이하는 그 침묵 말이다. 

늙지 않고 오래 산다면 무척 큰 유혹이 될 테지만, 절대 죽을 수 없다고 하면 그것이 선물이 될 것 같지 않다.

이런 몸으로 살아남으려면 심각해져서는 버틸 수 없다는 설희의 그 고백이 대변한다.

약속을 꼭 지키는 삶을 살아간다. 그것이 이 길고 지루한 삶의 존재 이유가 되어준다고.

그러니 베라 따위에게 휘둘리지 말고 제대로 응징해 주기를!

오래 살아온 지혜이든, 가진 금력이든, 아님 오기이든 뭐든!


아라시의 결정은 독자로서도 안습이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결정 같다.

사랑은 동정과 다르다. 연민으로 인생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함께, 불행해진다고 믿는다. 

당신은 아직도 무책임하다. 당신은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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