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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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뒤늦게 리뷰를 써본다. 당시엔 책이 출간된 지 얼마 안 된 터여서 그닥 입소문이 많지도 않을 때였는데, 친한 지인에게 빌려 읽어보고는 결국 내 책으로 소장하고 싶어서 다시 주문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다시 읽어보진 못했지만, 직장에서 누구에게 빌려주었더니 그 주변을 두달을 돌며 책이 걸레가 되어 돌아오더라는...;;;; 새 책으로 빌려주었건만...(ㅡㅡ+++)

아무튼, 나로서는 지금 생각해 보아도 꽤 괜찮은 느낌이었고, 나중에 더 여유 있을 때 한번 더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그런데 지금 리뷰들의 제목과 별점을 살펴보니 실망했다는 반응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의외였다.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

파울로 코엘료 작가는 아무래도 연금술사로 워낙 유명해졌다 보니까, 그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 출간된 것은 한권 빼고 다 읽어보았는데, 어떤 작품도 '스타일'이라고 규정할 만큼 비슷하거나 획일화된 것은 없었다.  다만 독특하게 카톨릭 신자라는 것을 어필할 수 있는 성경 문구가, 책장 첫 머리에 잠시 언급될 뿐, 특별히 소재에서 다루지 않는 한 기독교적인 내용이 언급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책 11분은 꽤 독특한 것이... 주인공은 창녀인데 이름이 마리아다. 독실한 카톨릭 신자인 파울로 코엘료로서는 이 이름이 주는 의미를 모를 리 없을 터, 이는 의도적인 파격이 아닌가 싶다.

뭐랄까, 난 참 신선했다. 우리 나라 영화에도 '노는 계집 娼'이 있듯이, 으레 '창녀'를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 등등이 나오면 내용이 좀 신파적이다. (딱 정확한 비유는 아니지만 '너는 내 운명'을 떠올려 보기를...)

그런데 이 작품은 대단히 산뜻하고 쿨하다. 그녀의 직업을 고결하다고 말할 수 없고,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성을 파는 행위를 박수쳐줄 수도 없지만, 어쨌든 그녀는 심사숙고 끝에 결정을 내리고 그 책임도 본인이 진다.  많은 돈을 벌었고, 더 벌 수도 있지만, 여기서 그만!이라고 스스로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돈 맛도 이미 알고 있고, '진맛'도 알아버린 그녀로서는 말이다.(영화 '음란서생' 인용)

야하더라는, 그 수위에 대해서도 말이 많던데, 뭐...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차에 따라 다르다. 내 경우 정말 얼굴 새빨갛게 되어서 심장 뛰어 죽는 줄 알았다.(그런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우리와 같이 유교적 문화 규범에 익숙해 있고, 또 스스로를 그 안에 규제하고자 하는 사람들(본인이 알든 모르든 간에)은 아무래도 이런 소재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나치게 밝게 묘사해도 오버하는 셈이 되고, 지나치게 어두워도 신파라며 돌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래도 불만이고 저래도 불만일 텐데... 그래서 각자 느낌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주인공 마리아가 어려서부터 갖게 된 '성적 관심과 로망 혹은 실망' 등등을 나이 순에 따라 서술해 나간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그녀의 인생 한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징검다리 같은 기분이어서 말이다.

그녀가 도서관에서 만난 여인은 또 어떤가. 지극히 범생이 스타일의 그 아주머니 클리토리스와 오르가슴에 얘기하는 부분은 가히 혁명적이었다.

마리아가 사랑하는 S&M에 눈 뜨는 장면은 시각적 이미지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는데, 자꾸 깊게 빠져들어가려는 그녀를 되찾아 오고자 남자 주인공이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부러 주는 고통과 그 너머의 세계는 투명한 빛과 유리 파편, 푸른 호수, 붉은 핏빛.. 이런 칼라들이 모두 중첩되어 묘하게 어울리는 가운데 신비한 이미지를 줄곧 유지하였다.  그러한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나는 참 놀랍고 대단해 보였다.

어쩌면 신파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유치해질 수도 있는 엔딩을 그렇게 끝낸 것도 나는 대환영이었다.  '완성도'가 어쩌느니 하면서 억지 해피엔딩이나 억지 언해피 엔딩이 아닌, 그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지 않은가.

이렇게 칭찬 일변도로 나오는 독자도 있으니, 역시 모든 책은 스스로 읽고 판단해 볼 일.  내게 좋았던 책이 그대에게도 좋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니 남 핑계는 금물~!

덧글, 그런데 아시는감요? 표지 세로줄에 작게 나와 있는 그림이 꽤나 에로틱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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