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온치고는 무리하게 더웠던 오늘, 아니 어제...  정릉에서 사생대회 겸 백일장이 있었다.

유치원 시절 소풍 장소였고, 교회에서 나온 그림대회도 여기였고,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줄기차게 다녔던 그곳.  아마 이사 가느라 고등학교를 멀리 가지 않았더라면 고등학교도 이곳에 왔을 지도 모른다.(고등학교는 은평구에서 다녔는데 서오능에 갔었다.ㅡ.ㅡ;;;;)

십수년 만에 다시 찾은 그곳은 별로 변한 게 없건만, 나의 키가 자라고 내 눈의 느낌이 달라져 있었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참 달라보였다.

일단, 너무 작고 초라해 보였다.

정릉은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이다.  드라마 '용의 눈물'로 익히 기억되는 바 있지만, 태종 이방원은 두차례의 왕자의 난을 겪으며 왕이 된 인물이고, 그 과정에서 이복동생들과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한다. 뭐, 일방적으로 이긴 셈이지만....

아무튼, 그런 일련의 고난을 겪은 그는 새어머니 신덕왕후 강씨를 몹시 미워했고, 그 바람에 정동에 있었던 묘를 이곳 정릉으로 옮겨 온 것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이 무덤은 현종 때에야 보수가 되니, 몇 백년을 내버려진 채 보호받지 못한 셈.

왕비의 능이라는 위엄이나 격식, 심지어 자존심도 세울 수 없을 만큼 작고 초라했었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모를 수밖에 없던 부분들이 이제는 보여지니 느낌이 다를 수밖에...

뭐, 신덕왕후 강씨가 불쌍하다거나 그런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이방원이 잘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왕후장상 다 무슨 소용이던가... 싶은 기분. 살아 왕비로서 국모의 자리에 있었건만, 자식 모두 죽고 죽어 편히 눕지 못한 그 인생이 과연 행복했을까 싶어서...

그나저나, 오늘... 아니 어제... 정말 더웠다. 끝나고 들를 데가 있었지만 정말 못 가겠더라... 오로지 집에 가고픈 생각에 골몰...

게다가 감기 때문에 몸도 너무 안 좋아서 시사회 양도 받은 것도 표만 찾아오고 영화는 보지 못했다.

세일즈 우먼.. 과연 어떤 영화였을 지...  친구의 양도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어서 표를 무시하지 못하고 결국 명동에 다녀왔는데, 확실히 안 좋은 몸에 사람 많은 데를 누비고 다녀왔더니 목 상태가 더 안 좋다. 어흑, 내일은 우째... 목 아파...ㅠ.ㅠ

침 삼키기도 어려워서 저녁은 죽으로 때웠는데, 이 시간 배고프다.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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