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만화 잡지 '윙크'를 구독했었다.  93년부터 2004년 여름까지. 십년을 넘게 보았는데, 대체로 책방에서 빌려보는 편이었다.  단행본이 나오면 단행본을 구입하는 편이니, 작품을 중복해서 사지 않으려는 발버둥(?)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움직이는 반경 내에서 윙크를 빌려주는 책방이 없어서 못 본 지 한참 됐다.  그래서 '궁'도 그와 동시에 연재분은을 보지 못한 지 오래였다.

그러다가 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뭐 얼마나 잘 만들었겠어?  라는 비아냥을 삼키며 1회를 보았는데, 엠비씨 미술팀의 마술과도 같은 소품에 흠뻑 매료되고, 탄탄한 연기자들의 열연에 마니아까지는 아니어도 꽤 즐기며 작품을 보았었다.

마지막에 4회를 연장하는 바람에 내용이 느슨해지고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그 정도면 꽤 만족스러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궁을 만화책으로 다시 보게 되었다.

아띠... 근데 많이 실망스럽다.  원래도 만화로서의 궁을 크게 좋아한 편은 아니었는데 너무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도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더러 있었지만 원작은 훨씬 심했다.  오히려 드라마는 보다 자연스럽게 많이 개작을 한 편.  그림의 균형이 안 맞는 부분은 그렇다고 넘어가도(작가가 '궁' 이전에 이렇다할 작품 활동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 지나친 코믹화는 좀 아니다 싶었다.  공내시도 그렇거니와 주인공 채경이도 너무 심하게 망가진다.  게다가 그녀의 동생 채준이가 효린이를 좋아하고 함께 궁으로 들어오는 설정은... 아무리 갈등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해도 심하게 오버다 싶다.

결정적으로, 황제의 그 사리 분별 없는 행동이란... 드라마에서는 아들을 차갑게 대하는 황제의 태도가 그래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런데 만화에서의 주상(만화에서는 '왕'이다.)의 몰상식함은, 영조를 아주아주 미워하는 내가 보아도 영조만도 못하다(ㅡㅡ++++)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조선 역사에 대해서 꽤 공부를 했을 테지만, 이건 껍데기만 공부한 게 아닐까 싶은 느낌.

좀 많이 짜증이 났다.  잘 나가다가 삼류 신파로 추락한 느낌. 시작은 좋았으나 끝이 미약할 것 같다는 예상.ㅡ.ㅡ.;;;;

에이... 쓰다 보니 또 열받는다.  아무리 어리고 철 없고 궁이 답답해도 '이혼'이라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내뱉는 아이라니... 주인공에 대한 애정도 팍팍 식는다.

오히려 드라마에서는 황태자 주지훈도, 의성대군 김정훈도, 그래도 꽤나 설득력 있게 자신의 영역을 지켰고, 그래서 보는 사람을 짜안하게 했는데 만화 궁은 제대로 날 실마시켰다.

뭐, 내 실망이 그녀의 인기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지만^^;;;

쓰고 보니 씨즌 2가 궁금해진다.  한참 뒤에 다시 방영하면 앞서의 인기를 다시 살릴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기다려진다. 부디 씨즌 2는 원작과 별개로 진행되었으면. 원작을 의식하면 함께 발목 잡힐 것 같아 걱정 많은 내가 걱정이 되거든...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