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4
김진 지음 / 시공사(만화) / 1998년 6월
평점 :
품절


참 좋아하던 출판사가 있었는데 바로 시공사였다.  시공사에서 출간하는 작품은 모두 내 마음에 들었기에 믿음이 갔고 제본도 좋았으며 코팅된 표지도 훌륭했다.  참 좋아라 했는데 몇 년 전 만화 사업은 접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래도록 불황이었다지만, 많이 아쉬웠다.

그 시공사에서 낸 책 중에 '바람의 나라'가 있다. 김진 원작으로, 불의 검과 마찬가지로 댕기 출간과 함께 연재를 시작했지만 잡지의 폐간 등등 여러 우여곡절로 연재가 자주 중단되더니 아직도 ING형이다.

그 사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로 아직도 남아 있고, 드라마로 제작될 뻔 하다가, 태왕사신기가 먼저 제작발표회를 하는 바람에 내용의 유사성으로 제작이 무산되었다.

개인적으로 태왕사신기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도의적으로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태왕사신기 팀은 구체적인 내용 설정 없이 그저 소재만 이야기 했을 뿐인데 아무튼 선수 제대로 쳤다. 신수를 다루는 내용 등 유사점이 많은데 그거 엄밀히 표절 아닌가...(ㅡㅡ;;;)

뭐, 뚜껑은 열어야 알 일이고....

아무튼 이 작품은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애독하던 것인데, 아득하고 멀기만 했던 고구려를 내 안에 가까이 당겨준 작품이다.

청룡과 백호 주작과 현무.... 이 신수들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정말 우리 곁에 있을 법한 것들로 만들어 주었고, 역시 동화같기만 했던 낙랑공주와 호동의 이야기를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애틋한 이야기로 만들어 주었다.

뿐이던가. '대무신왕'이라고 불릴 만큼 큰 획을 그었던 사나이 무휼을, 삼국사기의 그 박한 기록으로 묻히지 않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제왕으로 발돋움을 시켰다. 

주몽의 적자이나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유리왕, 그가 겪었을 설움, 그가 되물려준 한, 그리고 아버지를 미워하며 자신도 모르는 새에 아버지를 닮아가는 무휼까지...

대서사시를 그리고 있지만 연대기적 구성과 역사와 허구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솜씨는 과연 절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다만 지나치게 무거운 그림체와 먹물 과다 사용으로 그림을 못 알아보게 하기도 하였으니..;;;; 때문에 김진 만화를 싫어하는 이도 다수 보았다.

그렇지만 그들은 작품과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탓이 아닐까, 나는 감히 생각해 본다.

십년 이십년 전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만화가들이, 근래 들어서는 그 이름을 예전만큼 많이 듣지 못하지만, 그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작품을 손에 놓지 않고 있기에 우리가 가졌던 그 벅찬 감동과 꿈도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에게 참 고맙다.

아울러 바라는 게 있다면 바람의 나라 말고도 연재가 중단된 다른 작품들도 제발 완결을 내 주기를...

특히 Here을 오매불망 그리워한다. 삼천포지만..;;;; 하여간 기다리고 있단 말이다.  작가의 부담, 독자의 바람... 둘 다 누구도 포기하지 않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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