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영화보다는 고비용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자주 뮤지컬을 보지는 못하지만, 뮤지컬이란 장르는 너무 좋고 또 애정이 간다.

내 인생 최초의 뮤지컬 관람은 아마도 '코러스 라인'이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비디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가끔 텔레비전에 단역배우로 출연하시던 한 손님이 종종 연극이나 뮤지컬 티켓을 주시곤 했다.

그때 호암 아트홀에서 코러스 라인을 공연했고, 당시 R석 5만원 권 좌석 두장으로 언니와 함께 눈과 귀가 호강했던 기억이 난다.  심사위원 역할은 배우 이병헌이 하였는데, 노래 부르는 씬은 없었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좋던지...ㅠ.ㅠ 정말 @;@ 딱 이런 눈으로 두시간 이상을 버텼었다.  게다가 지휘자의 연주로 실황 오케스트라 반주를 들으니, 영상이라곤 영화관에서 본 영화 정도가 고작인 내게는 얼마나 놀라운 경험이었겠는가.

그밖에 넌센스 1.2 기타 등등, 여러 뮤지컬을 전전하기도 했는데, 내 인생 최고의 뮤지컬은 '바람의 나라'다.  원작 만화 바람의 나라도 몹시 인상적이었는데, 그 대서사시를 다 옮겨올 수가 없어 그 중에 호동왕자와 낙랑 공주의 사랑 이야기만 뮤지컬로 옮겼었다.

당시 우연히 길을 가다가 육교에 걸린 플랭카드를 보고서 관람하러 갔는데, 평일 낮 시간 공연을 예술의 전당 4층석에서 7천원에 보았다.  으하하핫, 울며 나왔다. 이렇게 멋진 작품일 줄 알았더라면 돈 더 주고 좋은 자리에서 볼 것을...ㅠ.ㅠ

고개 60도로 꺾어 보는 공연이란...ㅠ.ㅠ 그때 낙랑 공주는 박화요비였고, 낙랑공주를 사랑한 오라비는 가수 박완규씨였다. 두 사람 다 연기는 못했지만 노래는 어찌나 잘하는지, 게다가 창작 뮤지컬이었는데, 그 노래의 웅장함이란, 우리가 고구려 하면 떠오르는 그 기상 그 자체였으니, 내 가슴이 어찌 안 흔들렸겠는가.

그때 실황 OST라도 사왔어야 했는데, 감동만 잔뜩 받은 채 아무 것도 사지 않고 돌아온 내가 지금 생각하면 참 한심스럽다. 그땐 주머니도 빈약했지만, 그래야겠단 생각 자체를 못했었다...;;;;

역시 창작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는 강현성씨와 가수 김현성씨 버전으로 보았는데, 역시 인상적이었지만, 노래가 그닥 생각이 많이 나지는 않는다. 

그밖에 서울예대 졸업 작품전에서 가스펠을 보기도 했었는데, 내가 간 공연 바로 전이 우희진 출연분이었다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새내기 무렵이었으니 정말 오래 전 일.. ^^

 

그리고 작년엔 역시 만화 불의 검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불의 검'에 제대로 올인했었다.  당시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는데 DVD를 목표로 클릭질 500번의 신화를.ㅡ.ㅡ;;;

그러나 천번을 찍은 누군가(아마 내 예상...)에게 밀려 나는 7만원권 시사회 두 장에 만족해야 했으니...임태경 이소정 버전인 줄 알고 관람했는데, 남자 배우가 다른 사람인 것을 이틀 뒤에 알고 몹시 허무했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한 달 뒤에 임태경 홍금단 버전으로 다시 보고 말았다.

작품이야 원작의 맛을 결코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번에도 그 노래에 흠뻑 빠져 지금도 두고두고 듣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남은 꼬리는 임태경의 팬이 되어버린 나... ^^

에, 뮤지컬을 이용한 영화도 몹시 좋아했다. 마돈나 주연의 에비타도, 장국영 주연의 야반가성도, 그리고 최근에 본 퍼햅스 러브도...

장학우가 왜 歌神이라고 불리는 지 충분히 이해했다.  주인공은 금성무였지만 장학우에 올인해버린 나.

영화가 흥행하지 못했고, 나도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이번에 보면서 극장의 사운드로 보지 못했음이 참 안타까웠다.  왜 좋은 작품은 늘 지나고서야 눈에 띄는가...;;;;

그밖에... 지킬 앤 하이드는 예매 전쟁에서 실패...;;; 결국 EBS 실황으로 만족해야 했는데, 역시 한 동안 내 귓가를 떠나지 못했던 멜로디들. 조승우 버전도 좋았고, 류정한 버전도 미치도록 좋았다^^

게다가 소냐는 루시의 현생이 분명하다(>_<)

아, 빼먹은 것. 예전에 오페라의 유령을 김소현 버전으로 보았는데, 당시 남자 배우가 더블 캐스팅이어서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지만 중간에 삑사리가 나서 엄청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나는 바로 전날 이승환 공연을 보았는데, 그가 6섯 시간 가까이 열창을 하면서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는 무대를 느끼다가, 너무나 정적인 무대, 게다가 엘지 아트센터의 구라(..;;;;)로 자리보다 비싼 티켓을 사야 했고,  또 배우가 노래 부르다가 이상 목소리까지 냈으니 열이 받을 만도 했다. 그때 그 배우가 누구인지 모르고 넘어간 것이 차라리 다행일 지도^^;;;(두고두고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리...)

팬텀의 노래를 가장 잘 한 사람은 영화 오페라의 유령에서의 그 배우... 이름은 까먹었다.  하여간 성악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는데, 어찌나 노래를 잘하고 또 그 음색이 딱 팬텀이던지.. 역시 오래오래 내 귓가를 장악한 노래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내게는, 뮤지컬보다는 공연, 특히 이승환의 콘서트가 최고이지만, 이승환 이름 석자를 공연에서 빼 버리면 그 다음은 뮤지컬이 참 좋다.

보다 대중화가 되고, 가격도 제발 대중화되고, 창작 뮤지컬도 더 많이 제작되어 우리 배우들의 무대가 곧 세계의 무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아, 쓰고 보디 또 무언가 보고 싶다. 지름신이 강림하기 전에 일단 마무리 지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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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또 기억나는 것.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창작 뮤지컬 '안악지애사'를 보았는데 기대와 달리 참 재미 없었다. 노래도 그냥저냥 수준. 다만 배우들의 목소리는 참 좋았다. 나중에 창작 오페라 "정조대왕의 꿈"에서 동일 배우를 보았다는 기억이 있을 뿐. 게다가 역사 고증을 잘못해서 틀린 내용도 종종 보이고..ㅡ.ㅡ;;; 그땐 제법 좋은 자리에서 보았는데 표값이 쪼매 아까웠다는...ㅠ.ㅠ 이래서 창작 뮤지컬은 모험이 필요하다. 어떤 작품은 더 좋은 자리에서 못 보아서 아깝고, 어떤 작품은 너무 좋은 자리에서 보아서 아깝고...^^;;; 그래도 창작 뮤지컬은 계속되어야 한다.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