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영혼의 주술사 - 상
노아 고든 지음, 윤희기 옮김 / 꿈꾸는돌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제목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미신이나 샤머니즘 등등... 뭐 그런 느낌이 나지만, 오해는 마시길. 전혀 그런 책은 아니니까.

미국이 한참 개척되고 있을 무렵 영국에서 건너간 한 의사.  그가 새 땅에 정착하여 그곳의 의사로 자리를 잡고, 그리고 남북 전쟁을 겪으면서 그의 신념을 위해 어떻게 삶을 견디어 냈는가와, 그리고 대를 이어 그의 아들이 의사로서 그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대기, 연대기의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하기만 하면 2권 모두 합하여 거의 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두께가 나올 리른 없을 터.

참 많은, 다양한 삶들이 등장하고, 그들은 모두 거대한 역사의 한 줄기에 붙어 저마다의 조각들을 감당하고 있으니, 미국이라고 하는 나라의 역사와 관습과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편견과 잘 드러나지 않은 진실까지도 모두 함께 어우르고 있는 대서사시라 할 수 있겠다.

듣지 못하며 따라서 발음도 자연스레 어눌해질 수 밖에 없는 주인공(아들)은 아버지의 친구였으며 자신의 친구이기도 했던 인디언 수장의 지혜를 고스란히 배운 인물이었다.  그가 자연과 교유하며, 사람의 영혼을 바라보는 단면들은 몹시 인상적이었고 신비롭기까지 했다. (그들 집안은 대대로 사람의 영혼이 몸에서 나가는 것을 체험하며 느끼는 힘을 지녔다.  말로  풀어내면 사이비같지만, 글 속에서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 없이 자연스레 교감이 된다.)

그리고 그 인디언 친구의 죽음과, 거기에 얽힌 음모와 배신 등은, 작품을 후반부까지 추리소설 버금 가는 긴장감으로 무장하게 만들어, 실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았을 때의 그 배신감과 허탈함은 참으로 쓰디쓴 맛이었다.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이 의사로서 거듭나기 위해 뿌린 땀과 노력을 함께 추적해가는 과정도 내게 있어 몹시 의미있는 일이었다.  또 그런 그를 품어주려고 노력한 교수님들도..

뿐이던가.  그런 주인공과 그의 형, 그리고 반려자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모두 옮겨놓을 수는 없지만, 모두 생동감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머니 사라는 대체 결혼이 몇 번인지.ㅡ.ㅡ;;;;;

내가 좋아하는 재생지를 썼는데, 두꺼운 페이지에 비해 책이 아주 가볍다. 또 책장도 엄청 금방 넘어간다.  그만큼 재미있으니까.

단순히 재미만 추구하지 않고 역사를 훔쳐 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몹시 솔솔했다.

그리고 링컨에 대한 제대로 보기가 더 인상적이었고 말이다.  그에 대한 신화는 좀 깨질 필요가 있다^^;;;

내 책상 위의 책을 동료 직원이 보겠다고 가져갔다가 주술사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다음 날 고스란히 돌려준 기억이 난다.  그 사람도 좀 더 인내를 갖고 더 들춰보았더라면 이 멋진 이야기를 결코 피해가지 않았을 텐데...

그나저나 누군가는 이 책을 원서로 보았다고 하니....;;;; 음, 마이 부러웠다ㅡ.ㅡ;;;;; 음..... 그랬다고...;;;

하여간, 좋은 책은 원어로 보나 한글로 보나, 두루두루 읽힐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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