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검 2 - 애장판
김혜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참 존경하는 작가 김혜린. 10년도 더 전에 댕기가 처음 창간되었을 때 불의 검을 만났다.  내가 아직 중학생이었던 시절.  솔직히, 그림이 이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어린 눈에도 작품은 작품으로 보였다.  참 멋지고, 근사한, 그리고 놀라웠던 작품.

그 작품이, 지난 해 12년 만에 완결을 맺었다.  얼마나 기쁘고 또 아쉽던지...

그렇게 멋진 결말이 될 거라고, 감히 예상하지 못했다.  긴 시간의 연재 동안 호흡 하나 흩어지지 않고 처음 의도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렇게 멋진 마무리라니, 존경스럽고 또 감탄했다.

김혜린 만화의 특징 중 하나.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  악인일지언정, 그 나름의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고 또 절박함이 있으니, 그를 옹호할 수 없다 할지라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그녀의 작품 속에는 늘 녹아 있었다.

수하이 바토르도, 카라도, 마리안도, 누구도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정이 들고 말았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참 좋아한다.  고아한 멋이랄까.  '만화'라고 하는 장르를 우습게 아는 사람들에게 한 번 읽어보라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0순위가 바로 김혜린 석자이리라.

편견일 수도 있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동양의 멋이 담겨 있다.  그 속에는 우리네 고유의 '한'의 정서가 살아 있고, 그것을 응축하고 견디고 버티고 또 풀어내는 맺음의 힘이 있다.  소서노의 이미지가 딱 그렇다고 할 수 있겠다.

바리의 눈물 겨웠던 노래와 헌신, 그리고 예뻤던 사랑을, 아라의 고단하고 대견하고, 그리고 단단한 사랑이, 가라한 아사의 서럽고 따뜻한, 가슴 깊은 사랑이 어디 하나 충돌하지 않고 하나이되 여럿으로 섞이어 모두의 마음을 촉촉히 적실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내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작년에는, 불의 검이 뮤지컬로도 제작되었다.  시사회 당첨 한 번, 내 돈 주고 한 번, 그리고 방송으로 몇 차례...

그렇게 재탕 삼탕을 하면서도 푹 빠져서 한 동안 헤어나오지 못했다.  덕분에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씨에게도 홀딱 반했고...

그렇지만, 창작 뮤지컬로서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고 재미도 있었고 노래도 너무너무 좋았지만, 원작의 감동은 절대 따라가지 못했다.  내 옆자리 어느 여성은 원작을 읽지 못한 탓에 뮤지컬만 보고도 눈물을 흘렸다고 했는데, 원작의 깊이를 충분히 아는 나로서는 뮤지컬 자체는 너무 부족했다.(물론 내가 재밌게, 즐겁게 보았다지만...)

가라한의 강인한 인내가, 아라의 확고한 믿음이, 소서노의 바라봄이, 마리한의 참아냄이, 모두모두... 마음에 맺혀 누구에게든 소문내고 같이 흥분하고 감동을 나누고 싶은데, 안타깝게도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아 참 섭섭하다.

단행본과 애장판을 모두 갖고 있는데, 애장판은 솔직히 많이 무겁다. 글도 많은 편이라 들고 보려면 손목 꽤 아플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갖고 있으면 뿌듯하다. 좀 비싸기도 했지만..^^

가슴에 담겼던 대사가 참 많았는데, 그 중 마지막 편의 이 대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너희 왕은, 누가 피를 흘리는지, 누가 침을 흘리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런 현명한 지도자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삼천포로 살며시 빠지면서 글을 맺는다.  아무튼 어쨌든 하여간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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