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드문 2 - 애장판
황미나 지음 / 애니북스 / 2004년 2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시절 내 꿈은 만화가였다. 과거형으로 말을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만화가와는 너무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여전히 만화책 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에 향수를 느끼고 있다.
어리던 시절 처음 만화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 작가가 바로 황미나 선생님이었고, 첫 작품은 "주의 어린 양 아뉴스 데이"였다.
그 후 꽤 오랫동안 그녀의 작품을 탐독해 왔다. 상당수는 소장하고 있고, 채 구하지 못한 책들도 언젠가는 꼭 구하고 말거라고 늘 다짐 중이다.
이 책은,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몹시 애독하던 작품이다. 물론, 지금도 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고 것은 당연한 일.
그 시절, 그래도 꿈많고 감성 풍부하던 여고생이던 그때에 참 나를 많이 울렸던 작품이었다. 작가는 당시 건강이 몹시 안 좋아서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매진했다고 얘기했었다. 그래서일까. 매 회마다 그토록 절절하고 가슴을 울렸던 것은,
초기 지구에서의 내용은 그래도 매우 소프트한 편이었다. 그런데 작품의 배경이 시그너스로 옮겨가면서는 매번 내 감정에 불을 지르기 일쑤였으니... 당시에는 격주간지에 연재를 하던 터였는데, 그래서 보름마다 나는 책방을 기웃거려야 했고, 책을 보자마자 다음 날이면 주변 내 친구들에게 다음 회 이야기를 쏟아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시 내 취미는 읽은 만화책 고스란히 다시 재연해주기였다^^;;;
그림이야 보여주지 않고는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대사야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었으니, 대사를 이야기할 때마다 내가 필라르같고 사다드 같고 아즐라 같아서, 그 다양한 캐릭터의 다양하고도 안타까운 삶을 얘기하자니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또 그때엔 하드보드지로 직접 만드는 필통이 유행이었는데, 필통의 포장을 레드문을 복사한 그림으로 했었던 나는, 지금도 내 오랜 친구로 남아 있는 단짝 친구를 만들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내 필통에는 내가 제목으로 썼던 바로 저 대사가 적혀 있었다. ^^;;)
레드문은, 엔딩까지도 절절했다. 사실, 그 이상의 더 완벽한 엔딩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그 이상 행복한 내용도, 그 이상 비극적인 내용도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그 최선의 선택이 나는 안타까웠다. 그들의 행복함에, 그들의 애통함에 참 오랫동안 가슴이 아려 '레드문' 석자 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었다.
이제 그 책이 애장판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몹시 반갑고 기쁜 소식이다. 최근 건강이 안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살부터 빼야 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작가가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라며, 그래서 그의 아름답고 소중한 작품 활동이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꿈을 주고, 멋진 환상도 주었던 그녀가 건강으로 인해 작품 활동이 어렵다면, 그조차 그녀의 쾌유를 빌며 기꺼이 기다릴 만큼 그녀의 건강을 나는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채 나오지 못한 다음 작품까지는 양보하지 못하겠다. 언제가 되든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서 언젠가 나의 자녀가 자라서 내가 만났던 그 시절의 나이만큼 되었을 때, 똑같이 그녀의 작품들과 교류하기를 바란다. 모녀가, 모자가 함께 받은 감동을 나눌 그날이, 지금부터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