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죽이기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의 이름은 익히 들었지만 딱히 그의 책을 접해보지는 못했었다.  내가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인간 노무현'이 궁금해서였는데, 그런 의미에서 집어든 것으로는 적절한 선택은 아니었다. 이 책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 언론이 대통령 노무현을 어떻게 발목 잡으며 작심하고 덤벼드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이다.

내 처음 목표와는 맞아 떨어지지 않았지만 이 책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처음 이 책이 나왔을 무렵에 읽었더라면 당시 시대적 정치적 환경에 비추어 좀 더 확실히 가슴에 꽂혔을 텐데, 시간이 조금 더 흐른 까닭에 그만큼의 여운이 반감되었다. 그럼에도 공감대의 영역은 줄지 않았지만.

강준만 교수님의 말투는, 솔직히 조금 기분 나쁘다. 잘난척하는 것도 같고 친절하지 않은 설명도 그렇고. 그러나 그건 개인적인 불만일 뿐, 그가 이 땅에서 이 사회에서 추구하고 또 열심히 해내고 있는 일련의 작업들에는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런 사람들이 있어야 더 많은 대중이 좀 더 열린 사고를 해낼 수 있을 것 같기에 말이다.

여전히 노대통령의 정권은 힘겹다. 환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유가는 고공행진이다. 그의 탓이 아니건만 그가 대표이기에 욕도 먹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정치권은 서로 공방하느라 바쁘다.  그리고 그 한쪽에서는 일본을 건드리지 말라는 식의 '친일'성 '반민족성' 발언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을 열심히 옹호해주는 언론사도 있다.  갑갑한 현실이다.  이대로 꺾일 수 없지만 힘을 실어주기는 너무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직한 투표 행사와 그리고 수구 언론에 휘둘리지 않기 정도.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바짝 긴장하고 더듬이를 세운 채 주시하지 않으면 우리 눈과 귀가 가려지기 너무 쉬우니까.

요순 시대에는 임금이 누구인지도 모를 정도로 평화로웠다고 하는데, 우리로서는 너무 요원한 이야기다.  정말 정치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정도가 되는 것이 평화로운 민주주의의 정착일 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것을 악용해서 독재로 기울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  요순은 너무 먼 이야기지만, 올곧은 정치와 정직한 사회를 위한 바람은 우리의 숙제와도 같은 것.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만 명의 사람이 읽으면 만명의 생각이 있겠지만, 모두들 바르고 깨끗한 것을 지향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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