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 홍성태의 서울 만보기
홍성태 지음 / 궁리 / 2004년 7월
평점 :
품절


서울은 오래된 도시다. 조선왕조부터 시작하면 600년이 넘었고, 백제 한성부터 시작하면 천년도 우습게 뛰어넘는다.  오래도록 사람들이 살아온, 그리고 사랑받아 온, 또 함께 굵은 역사를 새기어 온 유서 깊은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그런데, 서울에서 서울의 맛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뜻 대답하기가 힘들어진다.

일단, 수도라는 것? 그렇다면 수도여서 어떻다는 거지? 라고 물었을 때, 일단 편리하다는 것? 그래, 수도니까 그 정도야 당연하지. 그 다음엔?

그 다음엔... 그리고 어물거리게 된다.

몇몇의 고궁이 있긴 하지만 그게 서울의 맛 다는 아닐 것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서울에서 살았지만, 그 서울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를 지경이다.

그것은, 서울이 제 색깔 그대로, 제 모습 그대로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역사 변화의 흔적을 온 몸으로 받아낸 탓에, 서울에서 백제의 흔적을, 조선의 흔적을 맛보는 일은 절대 수월치 않다.

무분별한 개발과 통제로 서울은 병들어 있다. 아직도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는 주한미군이 그렇고, 미관은커녕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는 전깃줄, 무계획적이고 비윤리적인 개발로 인해 피해를 본 달동네... 그 문제점과 안타까운 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서울의 병든 모습과,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안이라는 것이 정책으로 연결되려면 이 책이 백만부쯤 팔려야 조금 가능할 지 모르겠지만...(ㅡㅡ;;;)

보면서 고개 끄덕이고 마음 아픈 부분들이 참으로 많았다. 저자는 친절하고 사실적인 사진들로 우리의 이해를 돕는다. 극과 극을 치닫는 잘 사는 동네와, 못 사는 동네의 대비는 아찔할 지경이기도 했다.

홍순민씨의 우리 궁궐 이야기를 읽을 때도 생각했지만, 서울에 있는 고궁의 의미와 흔적을 제대로 살리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대통령은 행정수도 이전을 설파했는데, 서울은 역사 도시로 다시 태어나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서울은 너무 팽창해 있다. 이대로는 터질 지도 모른다. 잠시 숨 고르고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서울은 더 이상 집중하지 않아도 충분히 포화상태이고, 이대로 내버려두어도 현상태를 유지하며 지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은 다르다. 지방은 도움이 필요하고 집중이 필요하다. 서울에 분산이 필요한 것처럼.

얘기가 조금 새는데, 서울의 참모습을 찾아내고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저자는 왜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고 했는지, 과연 찾을 수 있는지, 독자들도 직접 책을 보면서 함께 고민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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