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선 속에 숨어 있는 역사의 한 뜸"을 읽고 있는데 연산군을 해석한 내용에서 마음에 와 닿는 부분들이 있어 몇자 적는다.

저자는 많은 책을 참고해서 보았을 것이고, 책을 읽다 보니 게 중에는 내가 읽어본 책도 많이 겹치는 것 같다. 그런데 사고는 서로 다르게 하고 있다.

부끄럽지만, 나는 내가 읽은 책들의 내용을 있는 그대로 수용한 편이고, 저자는 자신의 생각 안에서 다시 재구성을 하고 반박도 하면서 새 책을 펴낸 것이다.

연산군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나쁜 편이다. 그가 무도했고, 패륜적인 행동을 한 것들도 사실이다. 

쫓겨났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동정하고픈 마음은 없었다.

그런데 저자는 당시 사화의 희생자였던 사림들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렸다.

그들이 연산군을 어떻게 몰아갔고, 때문에 불거진 사건들에 대해서 추론해 낸 저자의 판단은, 나의 공감을 너무 쉽게 사버렸다.

훈구파가 부패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림파라고 얼마나 더 깨끗했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들의 그 결벽증에 가까운 'only성리학'이라는 틀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상상해보니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연산군의 행위가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그, 불행한 유년시절과 가혹했던 어머니의 죽음을 알고 있는 그의 정신 세계를 감안했을 때, 그를 파멸로, 더불어 스스로를 파멸로 이끈 원인 중에는 사림파들의 잘못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책속에 흥미를 느끼고 작가의 생각에 동조하게 되니, 앞서 불편했던 책의 단점들이 모두 가려지기 시작한다.  지금 1/3 정도 읽고 있는데, 아마 책을 다 읽고 나면 더 많이 좋아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역시, 만 사람이 생각하면 만 가지 생각이 나올 수가 있는데,

나는 한 사람의 생각을 만 사람의 생각으로 착각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자율성과 다양성이 인정되지 못한다면 그 사회의 폐쇄성은 스스로를 먼저 갉아먹을 텐데, 나 자신이 먼저 열린 사고와 열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아무튼, 좋은 책이 좋은 마음 가짐도 만든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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