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로맨틱하고 달콤하게 보였던 그들의 연애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살벌한 호러로 바뀌어 있었다.

박용우가 김치 냉장고를 들여다볼 때의 긴장감 넘치는 음악은, 냉장고 속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가볍게 바뀌었다가, 그가 그 안에서 썩어가는 손가락을 발견하는 순간 바로 긴장모드 음악으로 바뀐다.

영화가 여러 장르의 혼합 예술임을 새삼 깨닫게 하는 부분이었다.  요새는 드라마의 음악을 담당하는 사람을 보아도 공중파에서 인기를 끌지 못한, 지극히 마이너틱한 뮤지션들을 자주 보게 된다.  아쉬운 대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본다.

최강희와 박용우 모두 꽤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지만, 별로 뜨지 못한 배우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극을 보면서 박용우의 재발견이란 생각이 들었다.(최강희야 워낙 연기 잘했으니까...)  그는 소심하고 지극히 단순하고, 적당히 지적인 허영심도 갖고 있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로맨틱 순정파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었다.

최강의 역시 가녀린 외형으로 보호본능을 자극하지만, 적당히 뻔뻔하고 놀라울 만큼 무식한 면모도 보이면서 야누스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런 설정을 세운 작가에게도 박수를.

언젠가부터 코믹 호러가 뜨고 있다.  시작은 "조용한 가족"(유사품 불량가족이 있다. ^^ㅎㅎㅎ) 같은데, 이제는 그때보다 더 웃기게,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사람 죽는 이야기가 개그의 소재로 나오는 것이야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지만, 18세 관람 등급이니 쉬이 웃고 지나가자. ㅡ.ㅡ;;;

영화제작비도 그다지 많이 들었을 것 같지 않다.  블록버스터만 노릴 게 아니라, 이렇게 아이디어와 연기력 등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그게 장기적으로도 헐리우드 영화에 우리 영화를 지키는 지름길일 테니까.

밤이 깊고 몸은 피곤해 두서 없이 적었는데, 하여간 영화 재밌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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