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님 이야기
권교정 지음 / 절대교감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권교정씨는 꽤 오래전부터 내게 있어서는 보증수표 같은 분이 되었다.  이분의 책은 나왔다 하면 읽어보지 않고도 일단 샀다.  보통은 빌려 읽고 괜찮으면 샀는데, 권교정씨는 읽어볼 필요도 없이 일단 사도 후회가 되지 않았다.(물론, 뒷편이 안 나와서 애먹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디오티마 헬무트 마담 베리의 샤롱..;;;;)

이 책은 양장본이라기에 더 호감이 갔다. 아니??? 책을 사고 보니 너무 적은 페이지에 잠시 아차했다. 전에 어느 만화 잡지에서 봤던 건가????

다행히, 보지 않은 내용이었다.  적은 페이지였지만 가격이 아깝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내용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작들에 비해서 그림체도 많이 좋아졌다. 훨씬 자연스러워진 모습^^

작품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말할 때마다 꽃과 보석이 나오는 왕비님을 독점하고자 했던 왕, 그녀가 입을 열지 못하자 보석은 사라지고 사람들은 황폐해진다.  수고 없이도 받은 대가에 대해서 고마워하지 못하고, 이제 받지 못함에 억울해 하고 분해한다.  욕심은 끝도 없이 늘어날 뿐이다.  왕은, 왕비님을 병들게 한 자신을 처음에는 깨닫지 못한다.  그 역시 욕심 안에 추락했던 것이다. 왕과 왕비가 떠나자 사람들은 이제 그들을 잊는다.  보석을 잊어버리자 서로 헐뜯고 욕했던 그때보다는 모두가 평화로워진다.

마치, 갑작스레 졸부가 되어버리면 그 돈을 주체하지 못해 불안해지고, 갑작스레 주위 사람을 무시하고, 자신의 꿈과 목표를 잊어버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견주어 생각할 수 있겠다.(그렇지만 졸부가 될 수 있다면 누가 마다하겠는가....ㆀ)

왕비님의 꽃과 보석은 다른 것으로 대치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늘 있어 왔기에 고마움을 몰랐던 소중한 존재, 그들의 선한 행실들...

우리의 욕심이 우리의 소중한 것을 해치고 더럽히지는 않는 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 못하다는 것도 기억하면서 말이다. ^^

권교정씨는 동화를 재해석하는 데에 특별한 능력을 갖추었다.  처음 그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백설공주의 계모에 대한 이야기도 그랬고, 붕우, 피리부는 사나이 등등도 모두 훌륭했다.  어릴 적 읽었던 그 동화를 다시 떠올리며,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한 그 교훈들과 순수함을 기억하는 것은 몹시 즐거운 일이었다.  부디, 그녀의 중단되었던 많은 작품들이 다시 나올 수 있기를 바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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