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어떤 것
현고운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척 흥미진진하게 시작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새벽 늦게까지 책을 놓지 못할 정도로 긴장도 주고 재미도 주고 멋있기도 했다.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등장 인물들을 알기에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으니 더 재밌고 근사하게 보였다.

그런데... 중반 넘어가면서 뭔가...;;;;; 싶었다.

우리 드라마의 전형적인 설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뻔한 신데렐라 이야기랄까.

여자 주인공이 똑부러지고 야무지고 요새 인기있는 설정은 다 있지만, 그 설정을 납득시키는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  이를 테면, 마지막에 주인공 다다가 자신에게 있는 어떤 특별함 때문에 독신을 고집했다고 하는데, 그 특별함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그녀가 굉장히 독특하고 또 똑똑하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녀의 특별한 해몽도 사실 평범하기 그지 없었고, 그밖의 다른 에피소드에서도 그런 눈치는 전혀 챌 수 없었다.(그녀가 일부러 감춘거라고? 그런 설정이 있을 뿐.ㅡ.ㅡ;;;)

그녀의 오빠 김서현. 엘리트에 미남 의사. 다부지면서 카리스마가 있는 정말로 멋진 캐릭터!라고 작가는 설정을 해 놓았는데, 보통 이상이라는, 범접할 수 없다는 그만의 카리스마가 대체 어디 있는지 나는 글 속에서 찾기 어려웠다.  그건 어디까지나 그렇다라는 설정이 있을 뿐이었다.

또 악녀로 등장한 주희는 어떠한가.  그 캐릭터의 뻔한 전형성이야 넘어가지만 그녀가 다현을 걸고 넘어지기 위해 부린 수작이라는 것은 상식 수준을 벗어났다.  단순히 악녀 캐릭터라는 것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덜떨어진 수단이었다..;;;;

주인공 다현이는 학교 선생님이지만 선생님으로서의 고뇌나 에피소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처음 계약 연애를 시작하는 것이 자신의 뛰어난 수재 학생을 유학 보내기 위한 거래였는데, 그 때 이후 그녀의 학교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얘기해보자.  할아버지 짐 들어드린 것에 홀딱 반해서 재벌 총수가 자신의 손주 며느리로 여인을 찍는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아우, 아무리 비현실적인 드라마에 소설이라고 해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초반에 톡톡 튀는 연애질에 재밌었던 것이 무색할 만큼 작품은 뒤로 갈수록 망가졌다.  드라마는 조금 더 현실감있게 그렸을지 어땠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소설만 보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이었고 억지스러웠다.  내가 가졌던 호감이 다 사라지는 기분을 맛보며 읽기를 마무리 지었을 때는 참 불편했다.

21세기에도 사랑은 영원한 주제이지만, 그 주제를 포장하고 표현하는 방법은 20세기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이젠 독자들도 예전 같지 않다.  루루 공주의 실패와 내 이름은 김삼순의 성공이 떠오른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는 보다 현실적인, 그래서 수긍하고 공감가는 이야기가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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