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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백의 신부 23
윤미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하백의 신부 전체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는 결국 '사랑'이다. 그 사랑이 가장 절절하게 표현된 게 23편이다. 아직 24편을 보지 못했지만, 이야기의 마무리는 해피엔딩일 거라고 굳게 짐작하고 있으므로, 내 선택은 23편으로 고르겠다. 이게 마지막 권에서 뒤집어져도 물론 땡큐!
죽음의 여신으로서 서왕모가 걸어왔던 고독한 길을 제대로 보여줬다. 그녀가 처음 동왕공을 거절했던 이유가, 황제와 신농의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기꺼이 남편과 헤어져 아들만 보고 살아온 모든 이유가 밝혀졌다. 그랬기 때문에 그녀는 길상천녀의 분노도 이해한다. 다만 그 목숨을 내어주기엔 아직 이르다고 볼 뿐. 그녀에겐 지켜야 할 아이가 있으므로. 그 아이가 이제 아비가 되었다. 어여쁜 손녀를 안아보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그래도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제 육신 안으로 그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권교정 작가님의 '청년 데트의 모험'에서 처음 보았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은 청년 데트에서 가져온 설정이라고 나혼자 굳게 믿고 있다. 여기서도 비슷한 설정이 눈에 띈다. 그래도 드라마 볼 때처럼 불편하지 않았다. 서왕모의 운명을 알고 나니 자연스럽게 흐름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동왕공의 선택도 납득이 가지 않았는데, 서왕모의 운명이 자신의 마지막과 닿아 있음을 알았던 그라면 내릴 수밖에 없는 결정임을 이제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 참 지독히도 서로를 사랑했구나. 너무 사랑해서 더 비극적인 부부였구나... 싶다.
신과 인간의 혼혈. 분명 신은 아니지만 유화도 신의 능력을 일정 정도 이어받았을 것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벨라의 딸 역시 특별한 능력이 있었다. 이 작품 속 유화가 가진 각별한 능력에 눈길이 간다. 요희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힘을 써 주기를! 헌원의 폭주를 꼭 막아주기를. 그의 마음에 증오로 가득 차서 세상을 끝내도록 내버려두지 말기를!
생명의 신과 죽음의 신이 함께 사라지고 나면 이제 인간 세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은 자연의 순리대로 돌아갈 것인가. 신들이 치르는 전쟁의 파장으로 인간 세계에 재해가 일어나고 전염병이 퍼진다고 했다. 인간 세상에 끼친 악운을 이렇게 신들의 전쟁으로 묘사해오며 신화가, 설화가, 무수한 이야기들이 탄생하기도 했겠지.
하나밖에 남지 않은 하백의 신부가 아쉽다. 외전이 한권 더 있어서 그나마 다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