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의 선물 - 한 어린 삶이 보낸 마지막 한 해
머라이어 하우스덴 지음, 김라합 옮김 / 해냄 / 200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소설처럼 극적이지만 실화이고, 에세이라고 하기에는 보다 무거운... 아무튼, 굉장히 슬픈 이야기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사실, 이렇게 아픈 사람의 실화가 담긴 내용을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로로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런 내용들은 책장 몇 장 펴기도 전에 눈물부터 쏟고 감정은 더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극구 추천하는 친구의 소개로(그러면서 정작 그녀는 울다가 책을 다 못 보고 내게 넘겼다.ㅡㅡ;;;)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만나고 난 뒤의 느낌은? 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게도 슬픔을 뛰어넘어 추억으로 승화시킬 기회가 되었으니까.



세살박이 한나는 암 진단을 받고 일년 간 자신의 삶과 죽음 위에 포개어진 채 아주 씩씩하고 용감하게 진실을 받아들인다.  한나뿐 아니라, 아이의 가족들도 그녀와 비슷한 시선을 내내 유지한다.

이 책은 단지 암과 투병한 어린 아이가 얼마나 슬프게 죽어갔는 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눈물이 펑펑 쏟도록 감정을 자극하지만, 더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들 가족이 이 어린 생명의 다가오는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과 준비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들은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속이려 들지도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슬픔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주어진 시간을 버릴 것 없이 지극히 소중하게 사용한다.

일년 여의 시간 동안 아이의 죽음을 준비했지만, 어머니는 아이를 보내고 난 뒤 한없이 무너져 내렸고, 자신의 삶의 기반의 끈을 모두 놓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진실의 힘이란 과연 위대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다른 이들을 돌아볼 수 있는 위대함마저도 부여해 주었다.

책을 모두 읽고 나면, 이 책의 제목이 왜 "한나의 선물"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아주 큰, 그래서 더 위대해 보이는 선물... 우리의 삶을 보다 따듯하게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눈을 우리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면 참 좋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든다.  아주아주 슬프지만, 몹시도 아름다운... 그래서 더 감동이 짙은 책 한 권이다.  뻔할 거라는, 진부할 거라는 선입관에 좋은 책을 놓치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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