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양장)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동화'라고만 정의하기에는 몹시 깊고 심오했다.  어린 아이에게는 아이 나름의 교훈과 감동을, 어른에게는 또 그만큼의 몫을 내어주고 있다.  연령대별로 모두가 같고도 다른, 또 처한 입장에 따라 역시 같고도 다른 느낌과 생각을 전달해 줄 것이다.

암탉에게는 마당이라는 '세상'은 동경이었다.  그 마당을 나왔을 때 그것을 '성취'라고 불렀다.  그러나 세상은 짐작하고 바랬던 것과 너무 달랐다. 질시와 반목, 배척, 위험이 도사린 그곳은 유혹이 많고 아름다웠던 것 이상으로 무섭고 추한 곳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돌아갈 길은 없다. 전진만이 허용될 뿐이다.

암탉은 여전히 용감했다.  알을 품으며 그 알이 깨어나길 기다리며 깨어난 새끼가 자라도록 헌신하는 모습은 우리의 어머니들의 꼭같은 자화상을 보여주었다.  엔딩의 자신을 희생하여 생명을 살려낸 모습은 웬만한 다큐멘터리 이상의 감동도 우리에게 선사한다.

나는 이 책을 보면서 여러 화자의 모습을 생각해 보았다.  이 사회의 소외된 여러 사람들.  약자, 병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어느 사회나 존재하는 어두운 그림자일 테지만 유독 아프게 아프게 밟힌 것은 나 자신도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판단 때문일 것인가.  사람은 자신이 약자의 입장에 서보지 않으면 그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혹은 이해는 해도 올곧이 가슴으로 인정하지 못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백조가 될 미운 오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콩쥐를 구박하는 새언니마냥 우리가 혹 그렇게 살지는 않았는지, 잠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우리 앞에 언제나 마당이 펼쳐져 있다.  위험하지만 매력적인, 동경했지만 결코 꿈의 세상이 아닌 그곳이 우리에게도 있다.  용기를 가지자고, 물러서지 말자고, 전진하자고... 우리가 아팠던 시간을 되물려주지 않는 마음을 갖는 우리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 좋은 책 읽고, 우리 같은 꿈 꾸자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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