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뮤지컬 The Musical 2016.3
클립서비스 편집부 엮음 / 클립서비스(월간지)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더 뮤지컬 1월호였던가... 아무튼 몇 달 전에 보았던 기사에서 뮤지컬 '빨래'를 엄청 추천했더랬다. 뮤지컬 큐레이터 고은령..... 맞나? 전 아나우선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도 빨래를 추천했다. 2월에 몹시 보고 싶었는데 바빠서 못 가던 터에 홍광호가 3월에 빨래에 합류한다는 게 아닌가! 오, 이건 가야 해!라고 알람 맞춰가며 준비했지만 예매 전쟁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 2차 전도 마찬가지였다. 예매대기도 시도했지만, 모든 좌석의 예매대기도 매진이었다. 헐! 홍광호가 출연하기엔 소극장이 너무 좁았다. 그는 자신이 출연한다고 해서 극장이 커지는 걸 경계했지만 팬들은 바로 그걸 원했다규!


결국 빨래는 보지 못했다. 홍광호 걸로 보고 싶었는데 표를 구하지 못한 탓에 애정이 한풀 꺾였다. 다음 기회에 만나자꾸나!


미스 사이공 웨스트엔드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낀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이 빨래에 재출연하게 된 계기라고 한다. 합법적으로 체류를 해도 이리 고독한데, 불법 체류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안함과 외로움이 얼마나 클까 생각하게 되었다고. 보지 못했지만, 이번 솔롱고는 그의 앞선 솔롱고보다 더 깊어지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에선 배우 때문에 표를 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캐스팅 바뀌면 환불 소동이 일어난다. 그런데 런던에서는 그런 부담은 없다고 한다. 출연진이 바뀌는 것에 대해서 관객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우리나라 공연 문화는 굉장히 스타 위주라는 생각이 든다. 스타 마케팅은 양날의 검이다. 덕분에 홍보가 되고 관객이 들어오지만, 거기에 의존하면 작품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고, 배우들 사이에 위화감도 일 것이다. 배우보다 작품의 파워가 더 커지고 공연 문화가 좀 더 건강해져야 될 테지. 나도 거기에 일조하는 관객이어서 달리 말을 보탤 수가 없구나..;;;;


홍광호 기사를 보니 엄청 조심스럽고 소심해 보인다. 강박적인 예의가 느껴진다. 이런 성정이 정교한 음악을 만들어내는지도 모르겠다. 몇 달 전에 그동안 모아온 티켓북을 다시 정리한 일이 있는데, 스위니 토드 감상에 그렇게 적혀 있었다. 류정한과 임태경 때문에 예매를 했는데 홍광호의 발견이었다고. 작품을 보다가 졸아서리... 영화 스위니 토드도 졸아서리....;;; 스위니 토드와 나는 맞지 않나 봐... 하며 이번 예매는 건너 뛰었다. 조승우 주연이라 표구하기도 어차피 힘들 터! 


뉴시즈 기사도 꽤 많이 할애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고, 신물팔이 아이들이 보여준 '연대'의 힘에 관심이 간다. 학생 하나가 이 뮤지컬을 보고 와서는 선생님은 모르는 뮤지컬일 거예요. 라고 말을 해서 어찌나 웃기던지...ㅎㅎㅎ


마타하리 연출가 인터뷰에 보니 마타하리가 처형당하던 순간에 안대도 쓰지 않고 울부짖지도 않은 채 당당히 죽음을 맞이했다고 표현했다. 이 부분은 뮤지컬에서 언급한 그대로 재현했다고 생각한다. 커튼콜 때 옥주현이 울었는데, 자신의 뮤지컬 인생 십년을 돌아보면서 신인 시절의 풋내기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처럼 휙 지나가지 않았을까.... 짐작했다. 


연출가 말에 따르면 미국관객과 달리 한국 관객들은 열정과 감정을 쌓아두었다가 커튼콜 때 폭발시킨다고. 그게 클래식한 공연에서는 어느 타이밍에 박수를 쳐야할지 눈치를 봐서 그런 게 아닐까? 커튼콜 때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실례처럼 느껴지니까. 눈치 안 보고 맘껏 칠 수 있고 소리도 지를 수 있는 그런 타이밍! 내 생각이다. 


한국의 멀티 캐스팅의 장점을 얘기해 주었고, 지크슈으 무대와 조명이, 엘리자벳의 의상이 참 좋았다고 얘기한다. 괜히 내가 다 으쓱!


일본 배우 코니시 료세이의 한국 뮤지컬 관람 후기도 나오는데, 이렇게 외국인들이 말하는 우리나라 공연 이야기가 좋다. 그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몹시 궁금하기 때문이다. 자국의 공연과 비교하기 때문에 차이점을 선명히 알 수 있는데, 차이는 있어도 무대의 열정과 감탄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헤드윅에 합류한 정문성 인터뷰도 좋았다. 본인이 했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배우 개개인에게 맞추어 서포트가 강했다고 한다. 자기 노래 부르는 스타일에 맞추어 반주가 다 따라줬다고. 그래서 라이브로 연주하는 노래들은 배우별로 노래 길이가 다르다. 얼마만큼 음을 끌고 이어가는지 서로 다르기에 말이다. 이런 게 또 멀티 캐스팅의 묘미지만... 덕분에 지갑이 가벼워진다는 게 함정! 돌아오는 주에는 변요한 헤드윅을 보러 간다! 기대 중이다.^^


이번 호에서 가장 반가웠던 기사는 엘지아트센터의 안내 멘트 소개다. 이곳에서 공연을 볼 때마다 독특한 안내 멘트에 빵 터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걸 누군가에게 그대로 재현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는데 이렇게 기사로 보는구나!


2009년 김동률 콘서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공연장까지 오시느라 힘드셨나요? 오시는 길 힘들었지만 아이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셨을 줄 압니다. 낙엽이 가을빛으로 완연해진,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1,073명의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모두 오래도록 설레는 마음으로 이 시간 기다려 오셨을 텐데요, 나만을 위한 콘서트라는 욕심쟁이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면 함께한 모두가 내 오랜 친구들이라 생각하시고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으로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을 과감하게 꺼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희망과 염원을 담아 이제서야 선보이는 2009 김동률 콘서트! 오늘 동률 님이 여러분께 어떤 멜로디로 프러포즈!하실지 너무 기대가 되는데요, 여러분이 동률 님을 아끼는 마음의 잔향이 무대까지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도록 뜨거운 박수와 성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오늘 콘서트 여행하는 마음으로 지금 출발하겠습니다.


2014년 <라카지>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께 시원한 웃음과 감동을 드릴 뮤지컬 <라카지> 함께하실 땐 소지하신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은 반드시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연 내내 라카지 걸들의 성별이 긴가민가 싶더라도 옆사람과 과도한 만담은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상 초월의 매력으로 여러분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릴 라카지쇼에 흠뻑 빠지신다면, 1막 공연이 끝나기 전에 여러분 자신도 미처 몰랐던 또 다른 성적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자! 즐길 준비되셨다면 여러분의 열정적인 박수와 함성으로 오늘 공연 막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맨 오브 라만차>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16세기 스페인의 지하 감옥엔 휴대폰도, 카메라도 없었습니다.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여러분이 라만차의 기사이자 레이디이십니다. 지금 이 순간 나만의 욕심으로 휴대폰이나 녹음기를 켜신 분이 있다면 소지하신 카메라와 휴대폰의 전원을 꺼주시고 모험으로 가득 찬 돈키호테의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0년 <빌리 엘리어트> 안내 멘트

어린이나 학생 단체를 동반하신 보호자나 선생님께서는 공연 중에 어린이들이 숨겨진 내면의 끼를 발산하거나, 원초적 본능을 끌어내서 주위 다른 관객께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신경을 써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소중한 시간 함께하실 땐 똑똑한 휴대폰과 성능 좋은 카메라, MP3의 전원은 과감하게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공연 중에 극의 흐름상 반드시 필요한 장면에서 흡연을 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관객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금연초로 대체하고 있지만 연기와 냄새로 인해 조금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이 점 관객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2012년 국립현대무용단 신작 <호시탐탐>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좋은 공연은 좋은 관객이 함께 만들어 갑니다. 함께하실 땐 휴대폰과 카메라의 전원은 반드시 공연 전에 끄시고 다른 관객의 소중한 관극 기회를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연 중에 호시탐탐 휴대폰과 카메라를 사용할 생각을 하시면 호랑이에게 냅다 콧등을 걷어 차일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 함께하시는 1시간 40분만이라도 전원을 끄시고 편안하게 공연에 몰입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잠시 후 갑작스럽게 공연이 시작되겠습니다.


2013년 이자람의 <억척가> 안내 멘트

관객 여러분 오늘 함께하실 <억척가>는 관객과의 호흡이 생명인 공연입니다. 생명에 지장이 없도록, 여러 사람 좌절하지 않도록 소지하신 휴대폰과 녹음기 각종 전자기기의 전원은 미련 없이 꺼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판소리 <억척가>는 여러분의 적극적인 추임새가 공연의 흥망성쇠를 결정합니다. 공연 중에 부동자세로 계시면 신체에 무리가 올 수 있사오니 억척네의 인생 파노라마 함께하시면서 흥겨울 땐 흥겨운 대로 서러울 땐 서러운 대로 어깨를 들썩이면서 소리꾼과 좋은 에너지를 주거니 받거니 해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공연을 시작하겠습니다.


-2부 시작 멘트-

관객 여러분 이자람의 <억척가> 앞마당 재밌게 보셨습니까? 여러분은 최첨단 서라운드 공법의 가설 객석에서 김순종, 안나킴, 억척네로 3단 변신한 한 여인의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계십니다. 깊은 진동과 진한 울림에도 안전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사오니 안심하시기 바라며, 가설 객석이기 때문에 소지품을 의자 밑에 두시면 아래로 떨어질 수 있사오니 소지품은 발 앞쪽에 안전하게 두시기 바랍니다. 잠시 후 억척가 뒷마당을 시작합니다.


2012년 이소라 콘서트 <겨울> 안내 멘트

바람이 붑니다. 겨울. 이별이 생각나는 외롭고 쓸쓸한 계절에 운명처럼 그냥 이렇게 함께해 주신 관객 여러분 고맙습니다. 언제나 믿음으로 함께해 주시는 관객 여러분 오늘 첫사랑의 처음 느낌 그대로 마이 님프! 소라 님과 우리 다시 함께합니다. 난 행복해라는 생각이 들어야 할 공연 중 갑작스런 휴대폰 벨소리와 액정 불빛으로 금지된 분노와 피해 의식이 들지 않도록 제발 각종 전자기기의 전원은 이제 그만 꺼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슴에 타로처럼 별처럼 아로새겨질 오늘 콘서트! 소라 님의 청혼 같기도 하고 고백 같기도 한 시시콜콜한 이야기 함께하시면서 순수의 시절을 랑데부 하는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2009년 뮤지컬 <영웅> 안내 멘트

가슴 벅찬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실 땐, 휴대폰과 카메라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관객 여러분! 그 시절 독립운동을 함께할 순 없지만 여러분이 주시는 뜨거운 박수와 함성은 독립운동의 밑거름이 될 수 있습니다. 100년 전 하얼빈역! 그날의 외침을 되새기면서 지금부터 독립군의 의로운 여정에 함께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3년 스페인 국립 플라멩코 발레단 <플라멩코> 안내 멘트

오늘 공연 설렘으로 기다려 왔을 모든 분들이 공연 중에 휴대폰의 벨소리나 액정 화면에 상처받지 않도록 관객 여러분께서는 소지하신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지금 바로 꺼주시기 바랍니다. 휴대폰의 진동음보다 백배 강렬하고, 카메라의 플래시보다 훨씬 더 황홀한 뜨거운 스페인의 정열을 온몸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창립 30주년을 맞는 서울예술단 관련 기사도 좋았다. 전통을 지키며 현대와의 조화도 놓치지 않으려는 그들이 도전이 눈부시다. 근래에 '윤동주 달을 쏘다'를 아주 좋게 봤기 때문에 더 애정이 솟았다. 게다가 나의 완소 뮤지컬 바람의 나라도 서울 예술단 작품이 아니던가! 예산 문제로 진통을 심하게 앓는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왜 그리 짧게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산도 확보하고, 관객들도 좀 더 즐길 수 있게 공연 좀 길게 해줬으면 좋겠다. 거의 일주일 정도에 끝냈던 것 같다. 한달은 해주셔야죠. ㅠ.ㅠ


홍보 영상 제작사 비주얼크루 숟가락 기사도 재밌었다. 이들이 제작한 것 중 가장 핫한 반응을 받은 게 '난쟁이들'의 끼리끼리였다. 카페에서 동영상을 틀어보고 나도 배꼽 잡았다. 속된 말로 약 빨고 만든 작품이란 평을 듣는 작품인데, 기사를 보고 나서 곧바로 예매를 했고, 지난 토요일에 보고 왔다. 소문이 사실이었다. 세상에, 오랜만에 배꼽 잡고 웃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보다는 연극적 요소가 컸지만, 아무튼 눈과 귀가 모두 즐거웠다. '어른이'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어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짙은 패러디와 풍자가 쓰라리고도 재밌었다. 굿! 강추다!


이밖에도 포스트잍을 붙인 기사가 많았는데 리뷰 쓰다 지쳐서 이제 그만 줄여야겠다. 3월호 리뷰를 5월에 쓰는 게 민망하니 후다닥 마무리 하련다.


덧글) 참, 이번 호에는 이승환 '빠데이 26년'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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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5-15 1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