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8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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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권의 주인공이었던 신부 아니스와 시린의 이야기가 앞부분에 짧게 마무리 되어 있고, 번외편으로 가젤과 카스피 호랑이가 잠시 나온다. 대사 없이 초원의 동물들만 보여주는 것도 신선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를 다녀온 기념으로 그린 게 아닐까?


그리고 본편의 주인공은 씩씩한 파리야다. 몹시 무뚝뚝한 인상을 주지만 속정 깊은 아이. 이 아이가 혼기가 찼는데, 지난 번 아미르의 친정식구들 습격으로 마을이 불타면서 수년 동안 준비한 혼수감이 불타버렸다. 원체 실바늘을 잡기 전부터 도자기 흙을 만지며 놀던 파리야는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여성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먼 아이였다. 그래서 혼처가 없을까 봐 늘 걱정했는데, 기껏 잡힌 혼처를 놓칠까 봐 여간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솜씨도 안 좋은데 다시 수년 걸려 혼수감 준비하는 것도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웃들의 도움과 격려로 차분히 준비를 해가는데...



한땀한땀 고생해서 만든 빗집이 고급스럽다. 저렇게 정성을 쏟으면 보는 내내 즐거울 테지. 만약 대충 만들었거나 온갖 짜증을 다 내면서 만들었다면 볼 때마다 또 역정이 날 것 같다. 이걸 보고 나니 고등학교 때 받은 선물이 생각난다. 친구가 내게 주려고 목도리를 뜨고 있었는데, 그게 나줄려고 만드는 건 내가 이미 알고 있었는데, 이 친구가 없는 솜씨에 직접 뜨개질을 하자니 너무 힘들어 하는 거다. 그래서 온갖 짜증을 다 내는 걸 모조리 내가 목격했...;;;; 그나마도 목한번 겨우 감을 만큼의 짧은 길이... 그게 무슨 목도리야..ㅜ.ㅜ 암튼, 그래놓고 자기 고생 많이 했다며 내 생일선물로 내밀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던 기분이, 퍼뜩 떠올랐다. 파리야는 현명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세번째 사진처럼 파리야의 취향은 사실 몸을 쓰는 거다. 물길 막히지 않게 도랑청소를 할 때의 파리야는 그야말로 빛이 난다. 에너지가 솟구치는 게 보인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예비 신랑에게 가장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게 가장 파리야다운 데도. 



그래서 자신이 이상형으로 꼽는 인물을 본받기로 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떠오른 아미르는 너무나 높고 높은 상대.

비슷한 또래 중에서 가장 평판 좋은 인물을 모델로 잡아 보지만, 결론은 저렇게 땅파고 들어가야 하는 기분...

안타깝구나 파리야야.ㅜ.ㅜ 하지만 네 배필은 네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 같더만... 좀 더 자신감을 가지렴!!!



그밖에 아미르의 친정 오빠, 잘생긴 아제르가 역시 늠름한 자태를 보여줘서 눈이 호강했다.

진흙을 이용해서 벽돌 만드는 풍경도 흥미로웠고, 우리와는 다른 주판알도 재밌었다.



팔방미인 신부 아미르는 뭘 해도 예쁘고 잘하지만, 사냥할 때 가장 눈부시다. 아, 여전사네!

그런데 굳이 말 위에서 서서 타는 건 왜임?? 자전거 탈 때 오르막길 오를 때 서서 페달 밟는 건 이해가 가는데 말은 왜???



후기에 모리 카오루 작가의 중앙아시아 여행기가 실렸다. 작가님이 신부들의 마을을 어느 나라를 모델로 삼았는지가 나왔다. 가스 머니로 큰 부자가 된 카자흐스탄에 눈 띠용! 두바이스러운 변화인가?? 


유목민을 주인공으로 하는 신부 이야기는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리게 한다. 마을 공동체가 살아있는 삶 말이다. 나와 너와 우리가 모두 공존하는... 몹시 정겹지만 우리로서는 이질적으로 변해버린 그런 풍경들이다. 그래서 사모하게 되지만 더더욱 멀게도 느껴진다. 이제, 신부이야기 9권을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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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 2016-05-0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펜화가 참 섬세한 그림체네요. 그러면서도 여주인공이 귀여워요!

마노아 2016-05-02 12:37   좋아요 0 | URL
작가님은 이런 복잡한 그림도 아주 즐겁게 그리시는 듯해요. 내용도 좋고 그림 보는 재미도 큰 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