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2639 호/201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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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 100년 이상 견디는 이유

서울의 서촌과 북촌, 전주의 한옥마을…. 우리나라의 전통 가옥인 한옥을 보존하고 또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은 주말마다 관광객으로 붐비고, 한옥으로 만든 숙박시설은 미리 예약해야 하루를 묵을 수 있다. 또 한옥을 빌려 실제로 거주하거나 직접 한옥을 짓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한옥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한옥이 어떤 구조로 돼 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 처마 끝과 기둥 끝이 만나면 30도가 된다?! 

한옥은 일반적으로 대문, 마당, 부엌, 사랑방, 안방, 마루 등으로 이뤄져 있다. 대문을 열면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고 마당을 둘러싸고 부엌과 사랑방, 안방 등이 ㄷ자 모양이나 ‘ㄱ’자, ‘ㅁ’자 등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구조다. 기단이나 주춧돌, 기둥, 공포, 지붕, 대들보 등을 기초로 한옥이 지어진다. 

그렇다면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각 요소가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한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지붕이다. 지붕은 그 집의 분위기나 인상을 결정하고 매끄러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지붕은 한옥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름다움과 함께 지붕은 눈이나 비를 막고 햇빛을 차단하는 등 한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어떤 기와를 사용하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그림. 풍속화첩-기와이기(김홍도/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예로부터 집을 짓기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질 좋은 기와를 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한옥의 기둥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습기에 무척 약하다. 지붕에서 물이 샌다면 나무가 썩을 수 있기 때문에 한옥을 오래 보존하기가 힘들다. 질 좋은 기와와 함께 집을 지탱할 나무를 잘 구해야 한다. 

또 지붕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계절적인 특징 때문이다. 사계절의 변화가 있는 우리나라는 한 여름에 태양이 가장 높이 걸리는 남중고도는 77도다.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태양빛이 내리쬐기 때문에 날이 뜨겁고, 낮 길이가 긴 것이 여름 날씨의 특징이다. 하지만 겨울에는 이와 반대로 남중고도가 30도 정도다. 태양빛이 비스듬하게 내리쬐기 때문에 춥고 낮의 길이가 짧다. 

지붕은 이런 계절적 특징을 고려해 만들어졌다. 기둥 중심으로부터 밖으로 돌출된 지붕의 끝 부분을 처마라고 하는데, 처마의 끝 선과 기둥의 끝 부분을 연결하면 기둥과의 각도가 약 30도가 나온다. 이런 형태를 이루고 있어 한 여름 태양빛은 처마 때문에 집 안 깊은 곳까지 들어오지 못한다. 반대로 겨울에는 남중고도가 낮기 때문에 집 안 깊은 곳까지 태양빛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다. 자연의 특성을 활용해 한옥의 부족한 냉난방을 보충하려는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 한옥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다 

전주 한옥마을에는 100년이 넘은 한옥이 있다. 바로 학인당(學忍當)이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고택으로 민가 중에 문화재로 지정된 유일한 곳이다. 학인당은 처음부터 소리를 위해 설계된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숙박은 물론이고, ‘학인당 국악제’를 열어 공연도 감상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떻게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옥이 건재할 수 있을까. 

사진. 학인당 본채 전경(출처: oldtour.jeonju.go.kr)



그 비밀은 바로 무게중심에 있다. 한옥은 땅을 다진 뒤 주춧돌을 놓고 그 위에 수직으로 기둥을 세운다. 뼈대를 놓고 지붕을 올리는 것이다. 아파트나 양옥의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는 것과는 다르게 한옥의 무게중심은 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주춧돌을 제외하고는 다른 부분이 교체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습기에 약한 나무 기둥이 썩거나 낡으면 부분적으로 교체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한옥이 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아파트와 같은 건물은 기둥을 교체하기가 쉽지 않다. 섣불리 기둥을 손보다가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옥에서 기둥을 교체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썩은 부분만 잘라내고 새로운 목재로 덧붙인 다음 주춧돌에 맞춰서 그랭이질을 하면 된다. 그랭이질은 그랭이를 사용해 주춧돌의 울퉁불퉁하고 불규칙한 모양을 기둥의 면에 맞게 깍는 작업을 말한다. 기둥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이런 식으로 교체하면 오랫동안 한옥을 보존할 수 있다. 

습기에 취약한 한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단(基壇)을 쌓기도 했다. 기단이란 집터를 잡고 터를 반듯하게 다듬은 다음에 터보다 한층 높게 쌓은 단을 말한다. 기단을 만드는 목적은 지하수나 빗물이 집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기둥을 거쳐 주춧돌을 통해 기단에 전달되는 지붕의 하중을 골고루 분산시키기 위함도 있다. 집이 기울거나 가라앉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기단은 땅에 있는 벌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쌓기도 했다. 또 햇빛이 집 안까지 충분히 들어가게 하기 위해 기단을 쌓기도 했다. 

한옥은 알면 알수록 참 신비롭다. 그 당시에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할 수 있었을까 존경스러운 마음도 든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나라에 맞게, 또 우리 가족에 맞게 집을 지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조상들의 지혜를 본받아 남아 있는 한옥을 잘 지키고 자손들에게 잘 물러주어야 할 일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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