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맛본 똥파리 그림책이 참 좋아 20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김동성 작가의 수채화 그림을 보는 줄 알았다. 연꽃 위에 앉아 있던 큰오빠 개구리와, 개구리가 몸담고 있는 연못의 녹빛이 너무 싱그러워서, 그 초록빛의 그라데이션이 너무 고와서 연신 감탄했다. 다른 올챙이들보다 조금 일찍 알에서 깨어난 덕분에 큰오빠가 되어버린 개구리. 기다란 혀로 똥파리를 휘리릭 잡아낸다. 수없이 많은 동생들이 배고프다며 달려든다. 한번식 혀로 휘감아 파리를 잡아주면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수없이 많은 올챙이들. 쉴새 없이 파리를 잡던 큰오빠 개구리는 그만 지치고 만다. 본인도 배고팠을 텐데, 어른들 일 나가시고 혼자 남아 동생들 보살피느라 제 욕심이나 제 욕망은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그랬던 큰오빠 개구리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제목처럼, 꿈에서 똥파리를 맛본다. 그런데 이 똥파리가 보통 똥파리가 아닌 것이다. 꿈속이니 무엇인들 못할까! 치킨 맛, 군만두 맛, 떡볶이 맛, 순대 맛, 소시지 맛, 도넛 맛, 요구르트 맛, 꿀떡 맛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아주아주 신기한 맛이었다! 게다가 꿈속에서 본 동생들은 하나같이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그렇게 꿀잠을 자고 나니 큰오빠 개구리는 새힘이 불끈불끈! 동생들은 다시 배고프다며 달려들지만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었다. 대상이 '개구리'지만 이걸 사람으로 바꾸면 보릿고개 시절의 장남이나 장녀가 떠오르는 이야기다. 내가 태어났을 때 우리집 식구는 무려 아홉이나 되었는데, 집안 살림에 하루 해가 짧았던 터라 어린 나를 업어 키운 건 큰언니였다고, 지금도 자주 얘기 듣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이지만 그랬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니도 어리고 나는 더 어렸던 그때의 울 언니는 나를 많이 예뻐했을 것 같다. 그냥 내 생각이다. 백희나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은 약했지만 그림이 환상적으로 예쁘고,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깃거리였다. 역시 백희나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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