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에 만나 여행 일정을 짰다. 사실 나의 친구가 거의 다 짜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여행을 자주 다닌 내 친구는 아주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계획을 짜고 조사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

나는 그저 숟가락만 얹었을 뿐.

제주가 초행인 내가 꼭 가고 싶다고 고른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승마 체험, 나머지 하나는 김영갑 갤러리를 가는 것이다. 

2박3일 일정에서 미리 결제하고 결제할 것들로 잡아본 우리의 예산이다. 



1인당 25만원 정도면 되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제주에 비온다는 소식에 렌터카를 취소했다.

내 면허는 완벽한 장농 면허고, 내 친구는 집 주변만 다녀본 솜씨라고 한다. 

맑은 날도 고속도로 주행할 생각에 머리가 하얀데 비까지 온다면 그것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 

그래서 렌터카는 취소했다. 그렇게 조절을 하고 나니 우리는 1인당 경비 20만원씩 내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먹기 위해 내가 했던 삽질은... 패쓰하자. 다리 품 좀 팔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삽질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머피의 법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가항공 티웨이로 예약을 했는데 연착 1시간 이상이 되어버린 것. 

그냥 늦어 죄송하다고만 할 뿐 왜 늦어지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우린 셀카 찍으면서 지루함을 달랬는데, 비행기가 뜨고 나니 급 배고픔이 몰려오는 것이다. 

적어도 오후 1시에는 고기국수를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ㅠ.ㅠ



공항을 나서면서 마주친 야자수들. 정말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날이 흐린 게 많이 아쉬웠지만... 일단은 배부터 채우는 게 먼저!!



백종원 소개 이후 유명해진 고기국수집이 자매집을 낸 집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나?? 

한 달 이상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티웨이로 인해 노여웠던 감정은 먹을 게 들어가니 모두 사라져버렸다.

내 입맛엔 고기국수보다 비빔국수 쪽이 더 좋았다. 


택시를 이용해서 제주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거기 주차되냐고 전화로 묻기까지 했는데 우린 차없이 뚜벅이로 도착. ㅎㅎ



그림들과 전시물들을 재밌게 보았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녀석.



500원짜리 동전으로 잠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 순간!



비행기 연착으로 다음 일정이 바빴던 우리는 서둘러 버스 시간 맞춰서 나왔다. 

거기 공예품 팔던데 제주 느낌 나는 악세사리 하나 샀으면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ㅠ.ㅠ


방주교회 사진 


방주교회 사진을 보고는 흠뻑 반해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여길 가고 나면 이미 예약한 승마장에 늦을 것 같았다.

게다가 혹시 저녁 시간에 개방을 안 하면 헛걸음 할 수도 있어서 과감히 패스하고 승마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방송과 스크린에 띄워준 이름 제대로 보고 벨 눌렀는데,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을 기사님이 지나치셨다.

그 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셨는데 여긴 사거리. 어느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감이 서질 않았다.

제주에서는 길찾기 서비스가 무의미했다. 목적지는 찾아도 내 위치를 못찾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우린 승마와 두번째 날 숙소를 패키지로 티몬에서 미리 구입하고 갔는데, 거기에는 이용 시간이 6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택시에서 내려 승마장에 도착한 시간이 5시 15분. 지금 막 끝냈다고 한다

말들이 모두 밥먹고 있는 중이라며 태워줄 수 없단다. 지금 말 태우면 사고난다고.

동절기에는 5시에 마감인데 홈페이지에 수정을 안 해 놓은 건 자신들 잘못이니 환불처리하겠단다.

하아, 제주 와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 중 하나가 그렇게 날아갔.....

같이 구매해서 숙소 할인 받은 것도 취소 돼.....

게다가 이 사람들 미안해 하지도 않아. 아주 사무적으로 안 된다고만 말할 뿐이다.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우린 나와야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서귀포시까지 갔다. 한참 갔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밥먹으러 나갔다. 

일단 식당과 숙소 사이에 놓인 시장 구경 먼저!



우리 목표는 오메기떡과 천혜향 쥬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저 형광분홍 모자가 혹시 나인가???


줄이 길어서 내 친구가 오메기 떡 살 때 나는 쥬스를 사러 갔다. 

여기서 내가 어마어마한 삽질을 저지른다. 지저스!!


제주 가면 사고 싶었던 게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제주 감귤 초콜릿. 다른 하나는 천혜향이나 황금향 한상자.

이 시장에는 메인 메뉴와 상관 없이 모두 상점마다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천혜향 쥬스 파는 곳도 초콜릿을 파는데, 6상자에 만원이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쥬스 값을 천원 깎아준댄다.

오, 바람직 해! 아무 생각 없이 단순 계산으로 앗싸! 하면서 초콜릿과 쥬스 한병을 샀다. 



아, 정말 맛났다. 2박 3일 동안 먹은 것 중에서 이 쥬스가 가장 맛났다! 한병 마시고 너무 맛나서 두병 추가로 더 사왔다.

두번째는 디씨 없음..ㅎㅎㅎ


맛난 쥬스를 산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초콜릿 상자들'이다. 

신나게 쥬스를 사들고 온 내게 친구가 묻는다. 가방에 그거 들어갈 자리가 있냐고.

아.뿔.싸!

우린 배낭 메고 이동하는 뚜벅이들인데, 아직 일정이 이틀 남았는데....

내일 비도 온다는데!!! 큰일 났다.ㅜ.ㅜ

일단, 배가 고프니 밥부터 해결하고 고민하기로 했다. 


내 친구가 미리부터 점찍어둔 해물탕집 '기억나는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 닫았.... 이날 쉬는 날이었나보다...

나는 원래 해물을 안 먹는 1인이므로 이 집이 문을 닫은 것은 크게 아쉽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어디든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근처로 찾아간 식당은 이곳! '안거리밖거리'



아아, 가격이 착해. 완전 착해!!



게다가 맛은 더 착해!! 시장이 반찬이었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이랬던 밥상이 순식간에 변신했다.



아, 다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제주도도 식후경이지!

배를 채웠는데 떡도 사두었으니 소화시킬 겸 좀 걷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 천지연 폭포가 있다고!

친구가 위치 검색을 하고 있는 사이 슈퍼마켓 앞에 서 계시던 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우리가 가려던 방향 말고 다른쪽 길을 가리키면서 이쪽이 질러가는 길이라며 이리로 가라고 하신다.

의심 없이 방향을 잡았다. 

서귀포시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던 것이 사람이 많이 드는 관광지인데 가로등도 별로 없고, 심지어 신호등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냥 알아서 건너는 모양새. 우리가 가는 도로변도 한쪽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몹시 어두웠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직진을 고수했는데, 내 친구가 말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그래서 반대방향에서 오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길을 물었더니 한참 지나쳐 왔다고 한다. 아흐 동동다리!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아저씨가 지름길이라고 알려주었지만 길이 어두워서 그 으슥한 공원 어디에 출구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인이라면 모를까 관광객이 밤중에 찾아가는 건 무리수였다.

그래서 결국 맨 처음에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다시 가야 했다. 

천지연은 10시까지 야간 오픈을 해서 문닫힐 걱정은 없었는데 다리가 엄청 아팠다.

원래 취약한 오른쪽 무릎이 너무 땅긴 것이다. 

거기 가보니까 초콜릿 7상자에 만원에 팔더라.ㅋㅋㅋ



돌아올 때는 버스 정거장까지 너무 멀어...ㅜ.ㅜ 결국 택시를 탔다.

참고로 이날, 미밴드를 착용한 이래 가장 많은 걸음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초콜릿 상자 무거움...;;;;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두캔을 사들고 다시 안락한 숙소로 컴백!



배가 아직도 많이 불렀는데도 떡이 너무 맛나서 모조리 흡입!

달달한 레몬맛 맥주도 멋지구리! 먹을 게 들어가니 또 다시 너그러워짐!

벙커 침대 2층에 누워서 초콜릿 상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들어갔다.

들고 다니는 건 무리였다. 다 먹고 갈 수도 버리고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건 택배였다.

올레 시장이 아침 8시에 문을 여니까 체크아웃 한 다음에 다시 시장에 가서 천혜향 쥬스 10병을 사는 거다.

10병 3만원부터 택배 5천원 내고 배송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 편에 여기서 산 초콜릿이니까 같이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원래 사려던 건 과일이었지만 쥬스가 아주 맛나니까 굿 아이디어야! 라며 스스로를 쓰담쓰담....


그렇지만 잠은 오질 않았다. 집 나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수면제가 필요한데 수면제를 어디서 구해...;;;

전에 멋도 모르고 약국 가서 달랬다가 처방전 없이 왔다고 혼난 적 있음...;;;;;

감기약 지을 때 수면제만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할까?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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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서 여행가는데 수면제 처방해달라고 하면 그냥 해줄거예요... 감기약에 들어가는 건 잠이 오는 성분이 있는거지 수면제는 아니예요 잠 안 온다고 그거 먹으면 안 돼요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건 수면제는 아니고 수면유도제라고 하더라고요. 수면제는 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이고 향정신성약물이라 의사 처방없이는 안 되고 유도제는 잠에 잘 들 수 있는 거까지만 도와주는 거라고... 성시경이 잘자요 광고하는 레돌민같은 거요. 수면제 처방받기 번거로우심 유도제라도 사 드시면 도움 될 거예요. ^^

마노아 2016-02-25 01:40   좋아요 0 | URL
우왕, 이렇게 좋은 정보를! 이제 생으로 잠 못자는 고통은 바이바이 할 수 있겠어요. 수면유도제도 있군요. 제게 딱 필요한 정보예요.^^ 고맙습니다, 건조기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