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들 1 - 조운선 침몰 사건 백탑파 시리즈 4
김탁환 지음 / 민음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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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때는 조선 후기 정조 연간, 전국의 조운선이 동시에 침몰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임금은 홍대용과 의금부 도사 이명방에게, 그리고 꽃에 미친 사내 화광 김진에게 이 일을 파헤치라 명을 내린다. 아무리 험한 바다라 할지라도 어떻게 똑같은 시기에 배들이 한꺼번에 침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세곡을 실은 조운선만! 누가 봐도 음모가 있는 사건이었다. 필시 세곡을 빼돌린 자들이 있으리라. 그러나 권력과 비리의 카테고리는 너무도 실한지라 아무에게나 일을 맡길 수 없다. 임금이 이들에게 일을 맡긴 건 그들이 부정을 파헤칠 만큼 명석하고 또 정직한 자들이라는 걸 알고 있기도 하거니와, 여차하면 잘라내고 입 씻을 만큼의 세력붙이라는 것도 한몫을 차지했다. 그런 게 또 권력의 비정한 속성이리라. 


이미 열녀문의 비밀, 방각본 살인 사건, 열하광인 등 '백탑파' 시리즈는 캐릭터들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장수한 전력이 있다. 거기에 덧붙여 이 책이 나오게 된 지난 해 4월 16일의 사고는 작가를 더 책찍질 했음이 분명하다. 


호학 군주 정조와, 지음 홍대용, 그리고 명민한 김진과 우직한 이명방은 각각의 성정에 맡는 대사와 활동들로 독자를 즐겁게 했다. 



별 하나가 빛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둠이 깔려야만 하는지를, 어떤 이들은 가르쳐 주어도 알지 못한다. 



이미 있었던 끔찍한 사고를 거울 삼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차원에서 예방을 해왔다. 무릇 국가란 그런 일을 해내는 조직이다. 그래야 마땅하다. 그게 정상이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라. 티끌만한 사실도 바다에 가라앉아선 아니 될 것이야. 명심하렷다!


이렇게 단호한 목소리를 내는 군주가 우리도 필요했다. 민주공화국에서 본인이 군주인 줄 착각하는 지도자는 있는데, 헤아려 품고 지키려드는 백성은 이곳에 없구나.


작품이 시작할 때 76년 만에 도달하는 혜성을 관찰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때 김진이 평생 품어온 여인의 이름이 소개된다. 그 여인이 1권 253쪽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하핫, 오래 기다렸다. 등장한 두 명의 여인들은 조선의 평균치 여성들 같지 않았고 톡톡 튀는 발랄함이 있었다. 그야말로 '소설'다웠다. 괜찮은 캐릭터들이었지만, 그 캐릭터들을 소모하는 방식은 다소 진부했다. 내가 늘 염려하는 '용두사미' 진행처럼. 


작품 1권은 무척 재밌게 읽었다. 특히 기대치 않았던 백동수의 등장은 '두둥' 음향 효과가 들릴 지경이었다. 


부딪혀서 침몰한 게 아니라고 단언할 때는 천안함이 떠올랐고, 불법 증축한 배에서는 당연히 세월호가 떠올랐다. 작가의 의도적인 배치였으리라. 그런데 작가는 그 '사건' 이후라고는 밝혀도 세월호의 'ㅅ'자도 꺼내지 않는다. 꼭 그렇게까지 입을 닫아야 했을까? 누가 봐도 거기서 시작한 이야기임을 알게 썼음에도? 


작가의 선택이니 존중하자. 1권을 더 재밌게 읽었고, 2권은 다소 김이 빠지긴 했다. 사건의 부피를 많이 키웠는데 다소 맥빠지게 마무리한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래서 부러 2권이 아닌 1권에 리뷰를 쓴다. 1권은 분명 별 다섯의 재미를 충분히 주었으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 분명 목격자들이 있을 것이다. 거짓을 언제까지 저 바다에 가라앉힌 채 숨죽이고 살지는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진실이 떠오를 것이다. 그걸 기다리는 게 몹시 힘들지만, 반드시 그 끝을 볼 거라고, 봐야만 한다고 다시 힘주어 얘기해 본다. 그게 진실의 힘이고 속성이고 의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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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5-11-10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탑파 시리즈 신작이 진작에 나와있었군요! 알라딘 마법사가 왜 이걸 추천안해줬는지!

마노아 2015-11-12 13:28   좋아요 0 | URL
얼마 뒤 개봉하는 조선마술사도 원작이 김탁환이더라구요. 이분은 저작권 수입 엄청나겠어요. ^^
그래도 백탑파 시리즈가 가장 애정이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