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 제1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2
김진희 지음, 손지희 그림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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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6학년인 동우는 등교길에 교통사고를 당해서 염라대왕 앞에 불려간다. 그런데 동우가 당한 사고는 저승사자의 실수 때문이었다. 이승으로 되돌아가야 하지만 그러려면 '노잣돈'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람에게 노잣돈을 급하게 빌려야 했는데 하필 그 대상이 같은 반 친구인 준희다. 준희는 약골 녀석으로 동우가 툭하면 '삥' 뜯는 왕따의 대상이었다. 일단 살아 돌아가는 게 중요했으므로 노잣돈을 빌렸는데, 이걸 갚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돈'을 준다고 해서 저승사자의 장부에 기록된 빚이 줄지를 않는다. 게다가 누구한테 설명할 수도 없고 마감일(49일)은 다가오고, 동우는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다. 


이 작품이 훌륭한 건 '가해자'가 주인공이 되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러다 보니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가해자의 심리가 이해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누군가를 괴롭힐 마땅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일을 해내는 그 뻔뻔한 맨 얼굴을 보게 된단든 것이다. 이건 참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성악설'이 맞는 게 아닐까 싶은 사람들이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일상 생활 속에서도, 게다가 어린아이의 얼굴로 그런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도 이런 학생들이 종종 나온다. 누가 봐도 명백한 가해자. 그런데 본인은 '장난'이었다고 한다. 용인 벽돌 투척사건처럼 그 동기가 의심스러운 사례 말고, '진심으로' 본인은 모르는 가해자들이 있다. 그래서 상담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하다.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어!락 윽박지르고 싶어지지만, 얼척없게도 정말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동우 같은 아이들이 있다. 이 작품에선 그런 동우가 노잣돈을 갚아가는 과정을 통해서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 어떤 게 상대방을 불편하게 했는지 스스로 알아가게 했다는 것이다. 


동우는 항상 자기 입장에서 생각했다. 급식 당번일 때 자기가 좋아하는 맛있는 반찬을 준희에게 듬뿍 담아주면서 노잣돈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했다. 하지만 준희는 고기 반찬을 싫어했다. 동우 입장에선 어떻게 고기를 싫어할 수가 있어! 싶지만, 그건 자기 기준이다. 친구들과 축구할 때 팀으로 껴주고 생색 좀 내려 했는데 준희는 뛰어노는 걸 안 좋아한다. 조용히 책보는 걸 더 좋아한다. 누군가는 그렇다. 그런 다양성이 있다는 걸, 서로의 취향이 다르다는 걸 동우는 처음으로 알아차리고 또 인정하게 된다. 뭐, 다양성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 국정교과서를 만들려고 하는 그런 나라에서 동우같은 아이가 나오는 게 별로 이상하진 않다만...;;;;


준희뿐 아니라 친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삐걱거린다. 지금껏 해왔던 나쁜 습관들, 나쁜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왔다. '억울한' 게 무엇인지를 진심으로 알아차릴 순간들이 온다. 동우가 갚아야 할 노잣돈은 참으로 많았다. 다행히 아름다운 결말을 도출해 내지만 동우처럼 저승 구경 좀 하고 노잣돈 좀 갚아야 할 아이들은 동우 주변에도 더 있었다. 동우와 같은 바람직한 결말이 동화 속에만 있지 말고, 제발 현실 세계에도, 무엇보다도 나쁜 어른들에게도 생겼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저승사자는 뭘 하나. 저 인간들 좀 안 잡아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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