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페의 어린 시절
장 자크 상뻬 지음, 양영란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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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뻬 할아버지의 인터뷰집이다. 1932년생이니까 벌써 여든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하시는 에너자이틱 하신 분! 늘 유머 넘치고 위트 있는 그림을 그리니까 이 사람의 유년 시절은 햇볕 찬란한 기운이 가득할 것 같았는데, 그에게서 듣는 어린 시절은 무척 불우했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버지를 모르고 자란 상뻬. 양아버지는 그나마 좋은 사람이었지만 알코홀릭. 엄마와 새아빠는 어마어마하게 부부싸움을 했고, 그때마다 불안하고 불행했다고.


술취해서 돌아온 양아버지가 엄마를 때려서 양아버지한테 대들었더니 엄마한테 더 욕먹고 이틀 동안 창고에 갇힌 일도 있었다. 학대받던 어린 아이 상뻬.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 대한 반감인지 행복한 사람들을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행복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머러스한 그림 말이다. 짠한 마음이 든다. 


소박한 부분에서 행복을 느꼈던 일도 이야기했다.


집에 라디오가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고장이 나서 낙담했죠. 그러다가 부모님이 대판 싸우시던 어느 날인가, 일부러 그런 건 어닌데 좌우지간 팔꿈치로 쳤는지, 라디오를 떨어뜨렸어요. 그랬더니 다시 작동을 하지 뭡니까. 아, 그때 그 행복감을 상상도 못할 거예요. -55쪽



손에 잡히는 건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아무거나 다. 이웃집 아줌마들은 <콩피당스>, <누ㅡ 되> 같은 잡지들을 정기 구독했더랬어요. 그런 주간지 덕분에 언제부턴가 틀리지 않게-그런데 요즘은 사정이 다르더군요-맞춤법을 구사하게 되었죠. -69쪽


역시 독서의 힘!



최저 임금이 옛날 프랑으로 만 프랑이었어요. 그런데도 내가 처음 받은 월급은 고작 7천2백 프랑이었죠! 많은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걸 어머니께 드렸죠. 아들이 학업을 계속 이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아들이 기어이 일을 하겠다고 한 데 대해 죄책감을 느낀 어머니는 대단한 격려의 말을 해주시더군요. <내 그럴 줄 알았다. 네가 일을 하지 않을 경우 내가 받게 되는 가족 수당에 비해 많지도 않은 액수잖니.> 당연히 실망했죠. 월급봉투를 받아들고 자랑스럽게 뛰어왔는데 말입니다. -84쪽


하아, 이 어머니... 진심으로 미워진다.ㅜ.ㅜ



L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그림을 보여 주었던 날을 기억하십니까?

S 그럼요! 양아버지 상뻬 씨의 평이 기억납니다. 일요일 오후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쉬지 않고 그렸어요. 아버지가 어떤 그림을 보시더니 <이거 괜찮구나> 하셨어요. 공을 막으려는 골키퍼 그림이었죠. 아버지가 < 이 그림에는 움직임이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하셨어요. 가슴은 불룩하고 배는 홀쭉하게그렸거든요. 그런데 난 멍청하게도 <아니에요, 그런 건 상관없다고요>라고 대꾸했지요. -86쪽



술만 안 드시면 그나마 양아버지가 제일 나은 사람..ㅜ.ㅜ



L 유년기는 욕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도 특별한 욕망이 있었나요?

S 아,그야 물론이죠. 자전거를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보다도 특히 평온한 가정을 갖는 게 소원이었지요. -113쪽


절박하고 절실하게 들린다.



어머! 그런 당부를 하고 외출한 거야? 



역시 환경의 힘! 이 아이는 자라서 '하늘을 걷는 남자'가 될 거야!















아, 완전 빵터졌다. 너무 리얼해!!!


상뻬 아저씨! 계속해서 작품 생활해주세요. 장수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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