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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수영장 ㅣ 수박 수영장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5년 7월
평점 :
모처럼 함박웃음 짓게 하는 해맑은 그림책을 만났다. 아, 싱그럽다!
햇살은 쨍쨍, 여름이 깊어간다. 저 뜨거운 햇살 받고 수박이 잘 익었다. 조금만 칼집을 내도 쩍하고 갈라질 만큼!
오늘 언니에게 이 책을 보여줬더니 수박을 저렇게 가로가 아니라 세로로 갈라야 더 잘 잘라진다고 한다. 응? 그런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문제였다. 엄마는 평생 그림처럼 가로로 자르셨는데 말이다. 내 생각에도 세로가 더 잘 잘라질 것 같긴 한데, 경험있는 분들 얘기 좀 해보세요~
자, 수박이 저렇게 익었다는 것은 수박 수영장이 문 열 때가 왔다는 신호!
아무도 발을 담그지 않은 시원한 수박 수영장에 일빠로 풍덩 했다면, 그야말로 계탄 것!!
할아버지 참 빠르십니다. ^^
옆 동네 어디메에는 코코넛 수영장도 개장했다던데, 과즙많은 과일은 모두 가능하겠다. 또 어떤 과일이 이렇게 시원할까?
색깔까지 점수로 매긴다면 단연코 수박 수영장이 최고최고!!
어린이 친구들도 너도나도 수박 수영장으로 달려왔다. 튜브를 갖고 있는 아이도, 혼자 헤엄을 치는 아이도 모두 모였다.
검은 씨앗이 장애물이 되곤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즐거움이고 놀이가 되지 않을까? 누가 더 많이 파서 치우나 내기를 해도 좋겠다.
수박잎에서 다이빙하는 친구도 있다. 수박 수영장은 깊어 보이지만 한없이 가라앉지 않으므로 안전 걱정은 붙들어 매시라!
나란히 오픈한 옆 수영장으로 건너가는 것도 일도 아니다. 반가운 친구가 보이면 냉큼 건너가면 된다.
수박 덩어리를 떼어서 물풍선 던지듯이 하는 아이들. 온몸에 끼얹어도 문제 없다. 츄릅 핥아먹음 된다. ㅎㅎㅎ
이 작품에서 가장 하일라이트는 바로 구름 양산과 먹구름 샤워다. 와, 구름빵 이후 최고의 상상력이다.
먹구름 밑에서 달달한 수박즙을 씻어내고, 하얀 구름 밑에서 뜨거운 볕을 피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휴가, 바캉스, 물놀이가 또 있을까!
아이들은 늘 모험을 찾아다니는 존재. 수박껍질을 미끄럼틀로 활용한다. 빨간색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파내는 게 핵심이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박 수영장에 심취해 있던 아이들.
그러나 시간은 정직해서 더 놀고 싶은 아이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나의 방학이 끝나가는 것처럼!
세상의 색이 여름에서 가을로 물들어 가면 수박 수영장은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속상해 할 필요는 없다.
내년에도 여름은 무르익을 것이고, 수박 수영장은 또 문을 열 테니까.
그러니까 이제는 다가올 가을을 기다리며 준비하면 되겠다.
어느덧 밤이 되면 바람이 차서 내내 열어두었던 창문을 닫게 된다.
이렇게 정직하고도 한결같은 시간.
그러니 이 책은 해마다 여름이 빼꼼 문을 열 때면 한번씩 더 꺼내서 읽으면 참 좋겠다.
읽는 순간 수박 생각이 간절해질 것이고, 크게 썩썩 썰어낸 수박 조각이나 수박 화채 등으로 기분을 내면 더 좋겠다.
그리고 상상으로나마 수박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거다. 아, 여기가 천국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