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
김진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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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의 시간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 바로 그 5분이라는 시간을 통해 무수한 사람의 마음을 홀려버린 사람이 있다. 전 EBS 지식e 피디였던 김진혁. 그가 뉴스타파에서 '세상을 마주하는 시간-5분'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애청자/애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뉴스타파는 탐사저널의 특성 상 주제가 꽤 묵직한 편인데, 그런 영상 사이에서 마찬가지로 묵직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좀 더 쉬어갈 여지를 주는 것이 김진혁의 '5분'이다. 지식채널이 그랬던 것처럼 영상과 음악이 주는 효과는 탁월했다. 하지만 5분 안에 모든 걸 담아내기는 힘든 법!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SIDE A 생각, 하다

TRACK 01 Good night, Good luck 
TRACK 02 복지국가 스웨덴의 비밀 
TRACK 03 주교 지학순 
TRACK 04 역사를 잊은 민족 
TRACK 05 안녕하십니까? 
TRACK 06 4만 7000원 
TRACK 07 천국의 집 
TRACK 08 꿈의 공장 속 ‘노동자’들 
TRACK 09 다메 

SIDE B 경계, 짓다

TRACK 01 세 개의 ‘국가개조론’ 
TRACK 02 사라진 목소리와 공영방송 
TRACK 03 가난한 이들은 왜 보수적이 되는가 
TRACK 04 썩은 상자와 수평 폭력 
TRACK 05 공평하지 못한 세금의 결과 
TRACK 06 모독 vs. 모독 
TRACK 07 전시작전통제권과 세 명의 대통령 
TRACK 08 부동산 불패 신화와 아이 안 낳는 나라 
TRACK 09 꼰대 vs. 선배 

에필로그_ 주인의 자격


A면과 B면으로 나뉘어진 챕터가 꼭 90년대 '길보드 차트'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카세트 테이프를 연상시킨다. 천천히, 꼼꼼히, 곱씹어 읽기 좋은 주제들이다. 실제로, 아주 천천히 읽었다. 대부분 방송으로 이미 봤던 내용들이다. 그때 받았던 충격과 감동, 그리고 안타까움을 함께 담아 읽어나갔다. 붙여놓은 포스트잍이 책의 옆구리를 가득 채웠다. 책의 전체를 줄곧 관통하는 노동자들의 눈물과 비뚤어지고 왜곡된 역사와 불공정한 세상에 대해서 한숨도 가득 뱉어냈다. 그러니 심호흡도 필요하고 쉬어갈 여지가 있어야 한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천천히 읽어야 할 책이다.


공화당은 여당인 민주당을 공격하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민주당은 자신들이 공산주의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언론은 자신들이 공산주의를 옹호하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매카시에 동조

매카시에 동조하지 않을 수 없는

사회에 만연한 공포 분위기 -20쪽


저 매카시즘에 지금은 어떤 이름을 넣어야 할까. 과거에는 김대중, 이어서 노무현, 그리고 종북에 친노...

뉴스를 듣다 보면(뉴스를 주로 듣는 편이다) 늘 답답해지기 마련인데, 애청하는 CBS의 한 기자가 친노/반노에 너무 집착하는 경향을 느꼈다. 친노/반노를 나누는 그 프레임에 갇힌 게 아닐까 갑갑했다. 그걸 원하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이 아닐까 하고. 또 어느 방송에서는 한 변호사가 국회의원 전체 명단을 가지고 검색을 해보았다고 한다.(김어준의 파파이스-였던 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랬더니 몇 주 전에는 친노로 분류되다가 다시 반노, 그러다가 또 친노로 분류되는 등 기자가 기사 쓰기 나름으로 카테고리가 계속 바꼈다고 한다. 소위 '보수'라고 분류되는, 그렇지만 전혀 보수스럽지 않은 이들은 북한 없으면 어찌 살려고, 노무현 없이는 어찌 살려고 저리 물타기를 하는가 혀를 차게 된다. 사회에 만연한 이 공포. 그래서 그 이름이 곧 천형이 되는 이 병든 사회. 한숨, 아니 쉴 수가 없다.

 

 

“교회가 사회 문제에 직면했을 때 취해야 할 태도는 무산자에게는 참을성을 설교하고 유산자에게는 너그러움을 찬양하는 일이 아니며 문제를 얼버무리지 않고 그 원인을 똑바로 규명하여 해결점을 정확히 제시하는 데 있다.” -지학순 1921-1993


지학순 주교의 행적을 보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도 함께 떠올랐다. 며칠 전 친구가 보내준 캡쳐본이다.


 


저 글은 작년 연말에 쓴 글인가 보다. 그러니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미국에서 동성 결혼 합헌 결정 이전에도 이미 저런 말씀을 하고 계셨던 거다. 엄지손가락 쭉 치켜들어본다.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책의 메시지를 더 이어보자.

 

문제는 정교분리의 목적을 ‘권력의 종교 간섭 금지’가 아니라 ‘종교의 정치 참여 금지’로 오해할 때 생긴다. 2013년 1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국가기관이 개입한 명백한 불법선겅 책임지라’며 퇴진 시국선언을 하자 중앙일보가 11월 25일자 사설에서 “정교분리를 명시한 헌법정신에 어긋난다”고 비판한 것이 비근한 예다. 이에 대해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12월 11일 성명을 통해 “정교분리 원칙을 거론하며 교회의 현실 참여에 대해 일각에서 과도하게 우려하는 것은 교회의 가르침을 매우 폐쇄적이고 협의적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찍이 주교회의는 ‘쇄신과 화해’라는 문건을 통해, 민족이 고통당하던 일제강점기에 정교분리를 이유로 민족 독립에 앞장선 신자들을 돕지 못했던 일을 반성한 바 있다. -64쪽

 

당신들이 자랑하는 신의 위대한 사랑이, 당신들이 강조하는 그 원칙으로는 얼마나 편협하고 이중적인 존재가 되어버리는가.

 

좋아하는 뮤지컬 OST중에 '불공평한 이 세상'이 있다. 노트르담 성당의 콰지모도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부르는 노래인데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불공평한 이 세상 너무도 다른 운명
신이여 이 불행은 나의 잘못인가요
사랑하고 싸우고 타협한 그 일 조차
너무 먼 나의 삶도 하지만 아름다워요
신은 어디있나요 높은 교회인가요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 곁인가요
가난한 목자들의 초라한 경배보다

 

동방박사의 황금 주님도 사랑하나요
 
얼마 전 친구와 그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는 동성애에 대해서 무척 불편한 감정을 느꼈는데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건 교육 탓이지 싶다. 교회에서 그렇게 주장하고 강조하니까 당연히 문제라고 여겨왔던 게 아닐까. 그래서 질문했다.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배척하고 등돌리는 그 교회에, 예수님은 계실까? 
친구는 고민하는 눈치를 보이더니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자를 보내왔다. 생각해 보지 못한 문제인데,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이런 고민을 하게 되어서 좋았다고...
이런 질문들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그래서 이런 책들이 필요하다. 고민하게 만들고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게 만드니까.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그중 하나인 파업

하지만 동시에

“위력으로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헌법을 제한하는 하위법 형법 제 314조 ‘업무방해죄’

하지만 파업의 본질은 업무방해  -96쪽

 

발레오만도 파업 참가자 32명에게 ‘26억 4800만원’ 청구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2억 6821만 1152원’ 청구

KEC 노조간부 및 조합원 88명에게 ‘301억원’ 청구(파업일수 14일)

철도 노조에게 민영화 반대 파업 관련 ‘162억원’ 청구

한진중공업 노조에게 ‘158억원’ 청구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는 천문학적인 돈

정말이지, 태어나 듣도 보도 못한 저 돈... 저 무지막지한 액수로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끝내는 그들이 목숨을 내던지게 만들었던 손배소.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노동자 파업을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고... 이런 걸로 only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제발이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구 선진국은 노동 교육을 학교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하여, 어린이들이 일찍부터 노동자로서의 정체성과 권리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자유, 평등 같은 추상적인 개념부터 노동조합 만들기, 근로계약서 쓰기, 노사 합의 같은 실질적인 부분까지 모두 포함한다. -105쪽

 

이런 교육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 오늘 내년도에 있을 자유학기제에 대비한 교육과정 편성에 대한 임시 회의가 있었다. 특히 집중이수제로 1학년에 몰빵시킨 사회과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무엇보다도 선행해서 노동교육을 해야 한다. 노동자가 대다수인 사회에서 노동자를 이토록 불행하게 만드는 사회 구조는 얼마나 불합리한가. 이런 공약을 내세우는 사람을 제발 뽑아주자. 그리고 지지해 주자. 당신도, 나도 노동자다. 

가난한 이들은 정말 자신의 계급을 배반하는 투표를 하는가? 그렇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 사례도 많이 소개 되었다. 그런데 정말 그러한가? 그렇지 않다는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한귀영 연구위원은 빈곤의 보수화, 계급배반투표 현상을 보다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자료를 보면 “50대 이상에서는 소득에 관계없이 박근혜지지 현상이 나타났지만, 40대 이하에서는 가난할수록 민주당 등 야당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200쪽


손낙구는 “조사 결과 사람들은 이제껏 계급에 충실한 투표를 하고 있었다”면서 “문제는 계급배반투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정치 또는 정당 체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201쪽

 

50대 인구의 막강 비중을 알기 때문에 섣불리 희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게다가 계급배반투표가 문제가 아니라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 주지 못하는 이 사회에 방점을 찍자니 한숨은 더 깊어진다. 계급배반투표와 마찬가지로 20대를 겨냥한 세대갈등도 눈여겨 봄직했다. 우리가 으레 그렇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은 사례들을 보여주는 것이 고마웠다. 이런 수정, 교정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연대책임의식이 결여된 사회

대학 등록금은 대학생들의 문제

쌀 시장 개방은 농민들의 문제

이동권은 장애인들의 문제

노후는 노인들의 문제

각각의 문제들이 개인의 문제로 파편화된다.

결국

선거 때가 아니면 사회 구성원들의 문제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지는 국회

이런 사회에서 구성원들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까지도 자기 탓이라고만 생각한다. -293쪽

 

당신이 출세하지 못해서, 당신이 잘나지 못해서, 당신이 가진 것이 없어서 그런 대접을 받고, 취급을 받는 거라며, 이 사회가 개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그런 프레임에 속지 말아야 한다. 그런 사회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고,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이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이므로 그런 사회를 바꿔나가야 하는 책임 역시 우리에게 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믿고, 그러므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러니까 그 변화의 한걸음을 위해서 '연대'해야 한다. 

 

영화 '소수의견'을 보았다. 영화는 픽션임을 강조하며 시작하지만, 우리는 그 이야기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 그때 그 철거민은 어디에 있는가. 그 철거 현장은 그곳에만 있는가. 국가는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범죄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 사과는 하고 있는가? 과연, 이 모든 것들은 '소수'의 의견인가? 

 

세상을 등지고 살 수 없으니, 우리는 세상을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 세상을 들여다보는 우리의 눈이 공정하고 정의롭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따뜻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 시선에 이 책이, 이 영상들이 한줌의 흙이 될 것이다.

덧글) 크게 중요하지는 않지만, 250쪽과 252쪽에 따옴표가 탈락되어 있다. 다음 쇄에서 수정되었으면 좋겠다. 얼른얼른 더 많이 팔려서 널리널리 읽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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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6-3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구입비 100만원 지원받아요. 이 책도 구입해야지요~ 연대해야만 문제를 해결하고 개선할 수 있겠지요!!

마노아 2015-06-30 23:14   좋아요 0 | URL
지원받았군요! 잘됐어요. 좋은 책은 마땅히 도서관에 꼭 있어야지요. 순오기님의 작은도서관도 이 사회의 한줌 흙이네요. ^^

2015-07-01 0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01 0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7-01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퇴근 후 `소수의견` 볼려고 예약했어요~ 김진혁 피디 「5분」도 좋을 듯...^^

마노아 2015-07-01 08:39   좋아요 0 | URL
어제 이승환은 극장 대관해서 소수의견 단체관람했는데 저는 똑! 떨어졌어요.
그럴 줄 알고 미리 봤나...ㅎㅎㅎ
5분!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