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 조카들과 먹으려고 떡볶이 세트를 사들고 버스를 탔는데 누군가가 내 발을 밟았다. 이럴 때 나는 보통 소리가 바깥으로 안 튀어나오고 속으로 악! 하고 지르는데 이날도 입모양만 악!소리를 냈다. 내 발을 밟은 아저씨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는 바삐 버스에서 내리셨다. 창밖으로 바라보니 익숙한 얼굴이다. 응? 내가 아는 사람인데???



고개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난 이미 알아봤지비. 하하핫, 바로 얼마 전에 이분 나오는 영화를 봤는데 버스에서 발 밟힌 사이가 되고 말았다.(응?)










2. 또 얼마 전에 조카들과 뚝배기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 벽에 붙여 놓은 메뉴 소개판이 안습이었다.



'된장찌게'는 많이 보았지만 '야체'는 처음 목격했다. 신선한 걸!


3. 조카 학교의 추천도서 목록 중 갖고 있는 게 뭐가 있냐는 언니의 질문에 리스트를 쭉 훑어봤다. 읽은 책은 꽤 겹치는데, 읽은 책은 이미 팔았을 확률이 높고, 아직 읽지 못한 책들이 주로 남아 있었다. 그렇게 남은 책들을 찾느라 책장을 샅샅이 보다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 책 때문이다.


아니, 이 책은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이 아니던가! 그런데 내가 갖고 있었단 말인가!

소장 도서라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지만, 그래도 취향은 어디 가지 않아서 도서관에 있던 무수한 책 중에서 굳이 이 책 앞에서 눈길이 멈췄던 것이다. 웃기기도 하고 약간 슬프기도 하고.... 내 기억세포들...ㅜ.ㅜ

그런 사례가 또 있었다. '순간을 읊조리다'라는 책을 도서관에 신청해서 일빠로 빌려 읽었는데, 다 읽고 집에 와보니 랩핑도 뜯지 않은 새책이 보이는 게 아닌가. 내가 사놓고 잊고 있었던 것이다. 샀다는 사실은 하얗게 잊었지만, 읽고 싶었던 책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 ㅎㅎㅎㅎ









4. 근래에 즐겨 듣는 팟캐스트 방송으로 교보문고 라이크 역사가 있다. 박광일 씨가 소개해 주는 역사 이야기를 듣는데 목소리가 진중권 씨와 너무 흡사해서 들을 때마다 깜딱깜딱 놀라고 있다. 얼굴도 닮았는지 몹시 궁금하다. 내 친구 중에도 목소리가 무척 닮은 친구가 있는데 전화할 때마다 상대방을 한 번 더 확인할 만큼 매번 흠칫 놀라고 있다. 신기신기.... 


하여간, 그 박광일 씨가 쓴 책 중에 '교과서 밖으로 나온 한국사'가 있다. 나는 이 책을 살 생각으로 검색을 했는데 이미 샀다고 나온다. 응? 그랬나? 중고책으로 샀다고 기록에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책이 보이질 않는다. 대체 어딜 간 거지? 책의 성격상 빌려줬을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다. 지난 주말에 샅샅이 뒤져봤는데 못 찾았다. 하아, 내 기억력 세포....ㅠ.ㅠ


5. 지난 금요일은 동아리 활동이 있었다. 네일아트반인데, 학생들에게 뭔가 전수해주기 위해서 미리 네일아트를 받아볼 생각이었지만 바빠서 계속 못하다가(그보다는 손톱이 자꾸 부서져서 조금이라도 길러보려고 버티다가...;;;;) 지난 목요일에 작정하고 네일샵을 찾았다. 첫번째 샵에서 예약손님이 차서 안 된다고 했고, 두번째도 마찬가지였다. 세번째는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었는데 눈썹 문신 손님이 예약을 해서 오늘은 더 이상 손님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퇴짜를 맞으면 다시 버스 타고 나가야 했으므로 그냥 패~쓰 해버렸다. 힘들어... 네일 케어 받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인조 손톱에다가 옅은 색으로 칠하고, 말린 다음에는 좀 더 진한 색으로 덧칠을 해보라고 했다.

그 다음에는 도트를 찍어보라고 했는데, 도트봉이 없어서 면봉의 솜을 제거하고 해보았더니 이쁘지 않게 나와버렸다. 

점의 크기보다는 밀도가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만...



다음 날 결혼식에 갈 예정이어서 깔끔하게 칠하고 싶었는데, 머리 한 번 감고 나니까 모조리 벗겨졌음...;;;;


6. 예상은 했지만, 친척 결혼식에 갔더니 어르신 들 왜 시집 안 가냐고 아우성에 아우성... 어우, 그 입 좀 다물라 다물라 다물라!!!


사촌 동생이 시집을 갔는데 25년 만에 봤나 보다. 당연히 서로 얼굴은 모르는데, 작은 엄마 얼굴을 많이 닮아서 그나마 알아볼 수 있었다. 집안에 굴곡의 역사가 있어서 작은 엄마 역시 거의 20여 년 만에 친척들 앞에 얼굴을 내밀었는데 독하게 청소년기를 보내어야 했던 큰 아들의 지혜로 친족간 화해 모드가 조성되었다. 언짢았던 자리가 급 감동 모드로 변신... 그렇지만 오래 가지는 않았음... 뒤이은 이야기는 차마 못하겠음...ㅡ.ㅜ


7. 지난 일요일은 이이제이 안가에서 이작가의 신작 북콘서트를 빙자한 낮술 파티가 있었다. 당첨되어서 기뻤는데 어버이날 주간인지라 언니가 살고 있는 평촌에 엄마를 모시고 가게 되어서 못 간다고 알라딘에 연락을 했는데, 저녁 약속이 미뤄져서 다행히 갈 수 있게 되었다.



'안가'라고 명명한 이곳은 주점인데 방송 녹음도 가능한 곳이다. 처음 가는 길이라 헤맬까 걱정했지만 인간 네비게이션 언니와 동행했으므로 아주 쉽게 찾아갔다. 



책 산 사람만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고(예스와 알라딘 두 곳만 진행한 행사였다) 어버이날이 낀 주말이었기 때문에 30여 명 정도로 조촐하게 모였다. 안주는 알아서 시키고 술은 출판사 대표님이 쏘시는 걸로!



모듬전과 두부 김치를 시키고 맥주 두병으로 시작했다.



에어컨 때문에 두부가 빠르게 식었지만 음식들이 아주 맛났다. 언니랑 나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쉬이 배가 불러버렸는데, 대표님의 강권으로 맥주 두병을 더 시켰다. 술이 남으니 마른 안주라도 더 시키고 싶었지만 이곳엔 마른 안주가 없음....;;;;


잠시 후 대표님이 맥두 두병과 두부김치를 한접시 더 들고 오셔서 그야말로 포화 오브 포화 상태로 먹고 마셨다. 덕분에 소화시키느라 연남동까지 걸어갔음.. ㅎㅎㅎ


8. 행사를 못갈 줄 알고 책을 미리 안 읽었는데, 막판에 가게 되어서 급하게 읽기 시작했지만 조금밖에 읽지 못한 이작가의 수첩


첫번째로 나온 인터뷰 대상이 성남 시장 이재명이었다. 이런 쌈닭같은 투사가 진보 진영에도 필요하다며, 한참을 고개 주억거리며 읽어나갔다. 이시장님의 책도 관심 도서로 찜!!


이 작가는 실물이 사진보다 낫고, 목소리도 실제가 더 나았다. 방송 목소리는 너무 하이톤이고 좀 찢어지는 감이 있는데, 직접 현장에서 들으니 그보다는 부드러웠다. 이동진도 빨간책방 카페에서 라이브로 방송을 한 번 보긴 봐야 하는데 기회가 좀처럼 오질 않네....



9. 연남동 하니까 카네이션 얘기 잠깐~ 5월 첫주 토요일에 연남동 동진시장에 다녀왔다. 카네이션 사려고~



카네이션 뒤에 있던 꽃 이름을 안 물어봤네. 곱고 고왔던 꽃들은 피아노 위에 올려놔서 엄마보다 내가 더 많이 바라봤다. 

피아노 하니까 또 생각나는 게 있다. 


미밴드를 착용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나가는데, 이게 또 웃긴 걸 알아차렸다. 

핸드폰에 있는 만보계는 핸드폰을 들고 움직여야 체크가 되어서 실제 움직임보다 적게 나오는데, 이 녀석은 팔목에 차는지라 팔이 움직이면 한걸음으로 인식한다. 물론 몸을 격하게 움직인 게 아니라서 칼로리 소비는 적게 잡히지만, 아무튼 팔을 움직이면 운동량으로 잡힌다. 일요일 예배 시간에 피아노 몇 곡 치고 나면 막 오천 걸음으로 잡혀 있다. ㅎㅎㅎㅎ 머리 한번 감고나도 꽤 숫자가 올라갈 것이다. ㅋㅋㅋ


10. 안가에서 찍은 사진 중에 이 사진이 참 아련하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이 없다... 저 문구와 함께 떠오르는 한 사람의 6주기가 다가온다. 시간이, 얼마나 빨리 흐르던지...



돌아오는 주말에는 시청 광장에서 내 가수의 노래로 그리운 이를 떠올려 보려고 한다. 

언제나 어깨 으쓱하게 만드는 내 가수의 클럽 공연 'WET' 예매가 오늘 있었다. 

저녁 8시 예매를 위해서 오늘 가려던 운동도 어제 다녀왔는데, 오늘 8시에 샤워하고 뉴스보다가 홀랑! 정말 홀랑! 까먹었다.

이틀 공연 모두 매진. 하아, 내 기억 세포 어쩜 좋아... 어쩌자고 이 중요한 일에 알람 설정도 안 해 놓았단 말인가....

늙었어, 늙었어...ㅜ.ㅜ 

내표내표.... 이제부터 무한 새로고침 모드로 들어간다. 

한달 남았으니까 그 사이 한장은 구하겠지...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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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3 23: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3 2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5-14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5-14 0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심야방문~ ^^
카네이션 뒤에 노란꽃은 `스타치스` 혹은 `스타티스`라고 하는데 말려도 좋아요.
기억력 세포~ 급좌절에 무한 공감입니다요!ㅋㅋ

마노아 2015-05-14 23:58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심야족이 되셨어요.^^
아핫, 스타치스 혹은 스타티스라고 하는군요. 발음도 아주 날렵하니 좋은데요.
저는 안면인식장애가 해가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아이들 얼굴과 이름이 매치가 안 됩니다. 어쩜 좋아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