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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블랙 1
황미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황미나 샘의 작품을 처음 만났던 게 이 작품인지, '주의 어린 양 아뉴스데이'인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때가 1986년이었던 건 기억난다. 당시 이사를 가서 학교도 전학을 가고 주변에 친구도 없어서 한참 심심해할 때인데 엄마가 헌책방에서 보물섬 세권을 사주셨다. 그때가 내 만화인생 입문 시점이다. 보물섬을 보고 재미 있어서 집근처 만화방을 갔다. 그곳에 남자인지 여자인지 지금도 구분이 가지 않는, 사람들이 '삼촌'이라고도 부르지만 어쩐지 여자일 것 같은 풍채 좋은 사장님이 계셨고, 권당 50원에 만화책을 보았더랬다. 지금처럼 책을 늦게 읽어서 100원 들고 가면 하루 종일 앉아 있을 수 있던 나였다. 만화방이나 오락실은 불량학생들이나 가던 곳이야-라는 인식이 퍼져 있던 시절이었는데, 별로 개의치 않아 했다. 만화로 이끈 분은 엄마였으므로... ㅎㅎ
하여간! 그렇게 황미나 샘을 처음 알게 됐다. 당시에는 '안녕, 미스터블랙'이라는 제목이었다.^^ 이후 만나게 된 주옥같은 작품들. 괜히 만화계의 대모가 아니시다. '순정만화계'라는 수식어는 불필요함! 이분은 전방위로 활동하시므로...
첫만남은 늘 소중하다. 지금 보면 그림도 엉성한 데가 있고, 어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전반적인 흐름으로 크게 보면 아직도 대단한 작품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호주는 북반구와 계절이 반대이고, 영국의 유형수들이 갇혀 있던 곳이고, 인도의 세포이 반란과 미국의 남북전쟁, '에피타이저'의 개념과 몽테뉴가 '수상록'을 썼다는 것, 시이저가 브루투스에게 배신당했단 것, 꼬냑이란 술 이름 등등을 알았다. 그 모든 게 다 신기하고 대단해 보였던 어린 날들이 떠오른다.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를 온 청년 에드워드. 탈출과 복수를 위해서 감옥의 죄수와 결혼을 했고 그렇게 만난 게 스와니다. 서로에게 이름을 준 사이. 아, 이름은 또 얼마나 특별한가! 아트레이유에게 '미스터 블랙'이라는 이름이 특별한것처럼 스와니에게는 '라이언'이라는 이름이 각별하다. 미운 오리 새끼를 연상시키는 스와니라는 이름은 또 얼마나 미래지향적인가. 복수밖에 모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블랙과, 개구쟁이에 말썽쟁이지만 사랑스러운 스와니, 그리고 격조 있는 친구 아트레이유도 모두 마음에 든다.
삐뚜름하게 지어진 통나무 집의 낭만.
열손가락 거의 전부를 다쳐가며 만든 크리스마스 선물. 선물주는 날을 떠올리고 기뻐했던 스와니의 달뜬 얼굴이 모두 동화같이 예뻤다. 재탈출을 감행하기까지의 3년이라는 유예된 시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쌓아올릴 이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깊고 넓었다.
스물한 살에 이오니아의 푸른별을 그리면서 데뷔하고, 스물 둘에 아뉴스데이를, 그리고 스물 셋에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세상에, 천재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