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2380 호/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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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니코틴의 그림자, 3차 흡연의 공포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1 

집을 이사했다. 전에 살던 사람이 꽤나 담배를 피웠던 모양이지만, 우리 가족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이사한 지 한 달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담배의 유해물질이 실내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니코틴은 카펫이나 커튼 같은 천, 페인트칠한 벽에는 철보다 더 잘 달라붙는다. 그리고 실내의 먼지에 흡착된 니코틴은 21일이 지난 뒤에도 처음 양의 40%가 남는다. 지금 담배 피우는 사람이 없어도 오랜 기간 흡연에 노출된 실내에는 담배 한 개비를 지금 피울 때보다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이 존재할 수 있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2 

이제 차 안에서 담배 피우는 것은 절대 금지, 피우고 싶으면 밖에서 피워야 한다.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 동안 창문을 올리고 있었으니, 안심해도 될까? 아니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와 차 밖에서 담배를 피웠을 때, 차 안에 남아 있는 니코틴의 양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안에서 담배를 피운 차는 채집한 먼지와 실내 표면에서 각각 19.51g/g, 8.61g/m², 안에서 피우지 않은 흡연자의 차에서 11.61g/g, 5.09g/m²이 나왔다. 니코틴은 먼지와 실내 표면에는 악착같이 들러붙는 것이다. 이렇게 남은 니코틴은 실내에 존재하는 아질산과 같은 다른 기체와 접촉해 독성이 강한 1급 발암 물질인 ‘니트로사민’을 만든다. 

#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3 

회사에선 담배를 피우지만, 퇴근 전에 칫솔질을 하고, 입을 헹구는 것은 물론 손과 얼굴까지 깨끗이 닦는다.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흡연자이지만 집안은 담배 청정구역! 그렇다면 신생아는 담배로부터 안전할까? 흡연자들은 흔히 담배 냄새를 없애려고 가글을 하지만 유해물질은 흡연자의 몸, 옷, 폐 속에 남아 있다. 눈에 보이는 담배 연기와 담배 냄새는 사라져도 흡연자의 폐 속에 남아있는 유해물질은 흡연자와 함께 이동한다. 어디선가 흡연한 사람이 실내 공간에 같이 있으면, 간접흡연 상태라고 봐야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게오르그 매트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집 안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흡연자 가정의 신생아 소변에서 ‘코티닌’ 성분이 검출됐다고 한다. 코티닌은 니코틴이 분해되어 나오는 성분으로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3차 흡연에 노출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흡연자의 폐에 남아 있던 담배연기는 호흡을 통해 배출되는데, 흡연 후 14분까지 유해물질은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담배를 피운 뒤 바로 아이를 안으면 아이에게 담배 연기를 뿜는 셈이다. 

담배연기를 직접 맡지 않고도 몸이나 옷, 카펫, 커튼 등에 묻은 담배 유해물질을 통해 흡연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3차 흡연이라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간접흡연, 즉 2차 흡연은 흡연자에게 근접해 있어 담배연기를 함께 맡는 것이다. 하지만 직접 담배 연기에 노출되지 않고도 흡연의 피해에 노출될 수 있어, 3차 흡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한 담배를 피웠던 공간에 있거나, 다른 장소에서 담배를 피운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유해물질에 노출된다는 연구결과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3차 흡연의 피해를 연구한 사례를 더 살펴보자. 미국 로랜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3차 흡연의 영향에 대해 연구한 결과, 50종이 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1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잔류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이 오존과 반응해 초미립자 유해 성분을 만들었고, 이는 피부나 먼지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체내에 흡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 흡연 노출로도 세포의 유전적인 손상이 일어난다고 보았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3차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이 연구에서는 3차 흡연 물질에 노출된 생쥐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증가한 것이 나타났다. 또 폐에서는 과도한 콜라겐이 생성됐고, 사이토카인 염증 반응이 나타났다. 이런 증상은 간경변과 간암, 폐기종, 천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또 3차 흡연 환경에 노출된 생쥐들의 경우 상처가 생겼을 때, 치유되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과잉행동장애가 나타난다는 점도 밝혔다. 3차 흡연이 그저 기분 나쁜 정도가 아니라 실제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결과라 주목된다. 

특히 3차 흡연에 노출된 어린 아이와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강혜련 서울대 의대 교수가 6~11세 어린이 3만 15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3차 흡연에 노출된 아이는 부모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아이에 비해 야간 기침 20%, 만성 기침 18%, 발작적 연속 기침 20% 가량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판정을 받은 학생과 ADHD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의 소변에서 코티닌 평균수치가 정상 아동보다 70% 더 높게 나타났다는 보고도 있다. 

간접흡연이 청력 손상의 원인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 뉴욕대학교 메티컬센터 애닐 랄와니 교수는 12~19세 청소년 1,53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혈액 속 코티닌 농도가 높으면 달팽이관과 내이에 문제가 있으며 15dB(데시벨)의 일반적인 성량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태아가 담배연기에 노출된 경우 청력에 문제가 나타나며, 청소년기의 청력 손상률은 약한 정도이긴 하지만 흡연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담배 피운 사람도 없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는 피해이기 때문에 3차 흡연은 무섭다. 담배가 주는 해는 질기고 오래 간다. 피운 뒤에는 애써 지우려 해도 흔적은 독하게 남는다. 애초에 손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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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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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5 01: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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