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 / 창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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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요? 

누구에게나 마음이 있습니다. 

구석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혼자서 밥을 먹는 아빠에게도 마음이 있습니다.



엄마 배속에서 막 태어난 아기도,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인이나 그 누구에게도 말입니다.

그렇지만, 마음은 참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 속을 알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은 얼마나 자주 변하던가요?

어느 날은 시계를 보고 기쁘고, 또 어떤 날은 시계를 보는 순간 화가 나기도 합니다.

반가움에 마음이 달아오르던 금요일과, 아쉬움과 피곤함으로 시작하는 월요일의 차이처럼 말이에요.



어느 날의 고양이는 기쁘고, 또 어느 날의 고양이는 슬프기도 합니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가장 난감한 일이지요.

슬프기도 하고 좋기도 한, 기대도 되면서 불안하기도 한 내 마음 말이에요.


마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과 매우 비슷합니다. 

큰 집에 사는 욕심쟁이, 평생 한 집에만 사는 고집쟁이, 매일매일 집 모양을 바꾸는 변덕쟁이처럼 말입니다.



마음의 집은 모양도 크기도 모두 다릅니다. 

백 사람이면 백 개의 집이, 만 사람이면 만 개의 집이 모두 다릅니다.

마음의 집에는 문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문을 아주 조금만 열고

또 어떤 사람은 문을 활짝 열어두기도 합니다.

물론, 문을 아예 닫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네 그렇지요.

마음의 집에는 방도 있습니다.

어떤 방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고

어떤 방은 너무 좁아서 겨우 자신만 들어갈 수 있지요.

당신의 마음의 방은 어떤가요?

그 안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이 있던가요?

나 자신도 겨우 숨쉴 만한 공간 뿐이던가요?

그 방의 창문에는 어떤 빛이 들어오나요?

혹시, 습기가 차고 곰팡이가 피어서 냄새가 나진 않던가요? 

그 방에 햇볕이 비추는지, 혹은 비가 내리는지, 지금 보이나요?

그게 몹시 중요한데 말입니다.

당신의 마음의 집, 그 방 안에 말이에요.



마음의 집에는 계단도 있습니다. 한없이 높고 가파를 수도 있는,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계단 말입니다.

당신의 집, 그 방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몇 개의 계단을 밟아야 하나요?

당신에게로 닿는 그 길, 멀고 험하던가요?

꽃길은 아니어도 가시밭길은 아니었으면 합니다.

당신에게로 다가가고 싶거든요.


마음의 집에는 부엌도 있고 화장실도 있습니다.

있을 건 다 있어요. 

근사한 요리를 해낼 수도 있고, 서툰 요리를 겨우 만들 수 있을 지도 몰라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집 주인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건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지요?



어떤 날은 불안이, 어떤 날은 초조함이, 또 어떤 날은 걱정이 그 집을 떡하니 차지하기도 해요.

정말 기막힌 일이지요?

하지만 어떤 날은, 그 어떤 날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 집을 차지하기도 합니다.

한가득 차지해서 다른 것이 들어찰 공간이 없을 만큼 말이에요.


마음의 집은 너무나 많은 변수 속에 싸여 있어서, 때로 주인이 바뀌기도 하고, 방의 크기가 변하기도 하고, 계단 숫자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마세요. 

지금 보이는 그 마음 말고도 다른 마음들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당신의 속을 채울 그 마음 밭 말이에요. 



그 마음들이 당신을 도와줄 겁니다.

언제나 당신 편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마음의 주인은, 그러니까 당신이에요. 

누구든 초대할 수 있고 누구든 불청객이라면 내쫓을 수 있는 그 마음의 집 주인은 바로 당신이라고요.

그 마음의 집에,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가요?

누구를 붙잡아 두고, 누구는 멀리하고 싶은가요?

당신의 마음의 집 말이에요. 바로 그 집......



'마음의 집'이 필요한 사람을, 지금 당장 다섯 손가락을 꼽을 만큼 떠오르네요. 안타까움과 연민이 함께 스며듭니다.

당신들의 마음의 집이, 오늘밤 평안하기를... 부디 따뜻하기를... 부디 혼자이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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