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낭만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기 전까지는...


이 책은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모녀는 여름 휴가 때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났는데 열세 살 어린 딸에게 이 끔찍한 역사적 사실에 대해 여러 주에 걸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는 이때의 만남을 갖기 전 학교 숙제로 족보를 그린 적이 있었다. 외가와 친가의 가계도를 그리고 증조 할아버지 대에까지 올라가니 아우슈비츠에서 돌아가셨던 일족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아이에게는 이 이야기가 그저 과거의 한 부분이 아니라 자기 가족의, 자기 이웃의 현재 이야기이기도 했던 것이다. 아이는 아우슈비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역사가인 엄마는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눈높이에 맞추어 대답을 풀어나갔다. 아이는 다시 질문하고, 엄마는 다시 답했다. 그렇게 이어지는 설명들은 쉽게 풀었지만 어린이들만 만족시킬만한 내용인 것도 아니다. 곰곰 되씹어서 다시 소화시키게 만드는 양서임에 분명하다. 


아이의 눈높이를 고려한다고 할지라도 분명 이 주제는 무겁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저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지 않고, 어린 딸 마틸다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면서 이 책의 주제는 다섯 가지로 모아진다. 


첫째, 반유대주의의 기원

둘째, 유대인 학살

셋째, 바르샤바 게토의 생활조건과 봉기

넷째, 학살 책임의 소재

다섯째, 기억의 의무


그저 이런 끔찍한 사건이 있었단다-하고만 끝내서는 아무 깨달음도 남길 수가 없을 것이다. 그저 머나먼 나라의 웬 미치광이가 저지른 학살쯤으로 치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에 '기억의 의무'로 정리한 것이 인상 깊다. 그게 얼마나 필요한지, 또 얼마나 중요한지를 저 주제에 우리 역사를 대입해 보아도 쉽게 나오지 않겠는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혹은 라이따이한 등등...



책에 나온 이 사진을 찍고서 고민이 되었다. 여기에 포함시켜도 될까 싶어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로 사진의 크기를 줄였다. 단지 숫자로는 막연히 감 잡을 수 없는 현장의 한 대목을 짐작하게 하고 싶어서.


이럴 때는 또 영화가 크게 한몫을 하기도 한다. 쉰들러 리스트, 인생은 아름다워, 사라의 열쇠, 더 리더 등등... 함께 보고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다. 또 옮긴이가 함께 추천한 유타 바우어의 책들도 찾아보려고 한다. 


오늘 어떤 방송을 들으면서 출연자가 한창훈 씨의 말을 빌려 소수의 몇몇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인류에게, 세상에 더 큰 도움을 준다는 말을 했다. 그만큼 인간이 손을 대어 망가지고 버려지고 나빠지는 것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지만 그럼에도 한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기록하고 기억하고 반성하는 인간이 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끔찍했던 인간의 흔적을 빌려서 또 인간에게서 희망을 보게 하는 책이다. 진솔한 역사 교육의 참 모습을 보여주는 반듯한 길잡이이기도 하다. 품절 도서라는 게 안타깝지만, 도서관을 이용해서라도 일독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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