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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의 사랑 이야기
조콘다 벨리 지음, 바바라 슈타이니츠 그림, 김광규 옮김 / 한마당 / 2014년 10월
평점 :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그 작은 별에는 꽃이 하나 살았다네 그 꽃을 사랑한 어린왕자 있었다네
꽃과 어린왕자-라는 제목의 노래다. 어린 시절 듣고는 노래 가사가 너무 슬퍼서 가슴에 콕 박혔던 노래다.
이 책 제목을 보자마자 그 노래가 생각났다.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꽃과 나무의 사랑 이야기라니, 뭔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주인공 꽃은 부겐빌레아라는 이름의 덩굴 식물이다. 덩굴 식물은 알다시피 혼자서는 설 수가 없다. 누군가의 몸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부겐빌레아의 곁에는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다. 부겐빌레아가 기대기에 충분히 튼튼하고 컸다. 게다가 마음씨까지 착하기도!
부겐빌레아는 소나무의 격려를 받으며 자라났다. '정열'이라는 꽃말을 가진 부겐빌레아는 정열적으로 소나무를 감싸 안았다. 사랑이 너무 뜨거웠던 탓일까. 부겐빌레아가 지나치게 꽉 조이는 바람에 소나무는 숨이 막혔다. 하지만 이 포옹을 풀어달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러기엔 소나무가 너무 착했다. 이건 착한 게 아니라 바보같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소나무는 버텼다. 마침내 소나무는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갔다. 잎이 말라간 것이다. 정원사들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덩굴 식물을 잘라내야 한다고 중얼거리더니 정원의 주인을 찾아갔다. 이들의 중얼거림을 들어버린 부겐빌레아는 덜컹 겁이 나고 말았다. 소나무 곁을 떠나는 것도 무섭지만 자신이 소나무를 괴롭게 했다는 사실에 더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소나무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하는 이 정열적인 식물!
마침내 진실을 알게된 부겐빌레아는 선택해야 했다. 홀로 서는 것은 두렵지만, 지금 잡은 이 손을 풀지 않으면 여태껏 나를 일으켜준 소나무를 죽게 만든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결국 심호흡 끝에 조금씩 덩굴을 풀어낸 부겐빌레아. 그때 기적이 생겼다. 온전히 홀로 서는 것이 아니라 새로 싹이 올라오는 녀석들만 옆으로 퍼지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능력을 알게 된 것이다. 부겐빌레아는 넓게 덩굴을 펼쳐서 아름다운 잎사귀들을 자랑할 수 있게 되었다. 소나무의 숨을 막지 않고도, 소나무를 온전히 떠나지 않고서도 말이다. 결국은 '공생'의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면 땅바닥을 기면서 낮은 보폭으로만 움직여야만 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났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 지나쳐 구속이 된다면, 그것이 상대방을 숨막히게 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사랑이라 부르기 어렵다.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갔다. 이기적일 수 있는 사랑과, 너무 희생적이어서 서로를 파괴할 수도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여줬다. 함께 숨쉬며 함께 이어갈 수 있는 관계에 대한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그림도 인상적이고 글도 쉽다. 가을 느낌 물씬 나는 책을 한겨울에 만났다. 고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