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 죽음과 순환에 대한 작지만 큰 이야기 도토리숲 그림책 2
대니 파커 글, 매트 오틀리 그림, 강이경 옮김 / 도토리숲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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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장을 열자마자 압도적인 그림이 눈길을 확 사로잡는다. 


시작은 여리디여린 어린 나무에서 출발했다. 아주 작은 나무가 거대한 나무의 곁에서 싹을 튀우고 조금씩 조금씩 자라났다. 어린 나무가 자라는 동안 거대한 나무는 어린 나무의 보호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안락한 보호막이 되어주던 거대한 나무도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꺾이어 스러지고 말았다. 보호자가 사라진 세상에서 어리던 나무는 겁이 났다. 하지만 시간은 흘렀고 어리던 나무는 더 이상 어리지 않게 되었다. 큰 나무의 보호 아래 어느덧 크게 성장했던 것이다. 제 옆의 거대한 나무가 너무나 늠름해서, 그 우뚝 선 모습을 동경했을 뿐, 그 나무를 닮아 그 나무만큼 자라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고개를 돌려본다. 어리디 어렸던 나무, 이제는 어리지 않은 그 나무의 곁에, 자신만큼 어리고 어린 싹이 돋아나고 있다. 이제 자신이 받아온 그 사랑을, 보살핌을 되물려줄 차례다. 언젠가는 내 옆에서 스러져 갔던 그 나무처럼 비바람에 꺾이어, 시간이라는 마모제에 닳아 없어질 수 있지만, 그때가 되면 이 작은 나무가 자신만큼 크게 자라 또 다른 어린 나무의 기둥이며 동경이며 보호자가 되어줄 것이다. 그렇게 생명은 순환할 것이고 관계는 지속될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고 상징도 쉽다. 손쉽게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떠올릴 수 있고, 세상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장하고 사라지는 모든 관계도 대입해볼 수 있다. 손쉽게 읽을 수 있고 그림이 주는 만족감도 크다. 다만 너무 직접적이어서, 적은 페이지 안에서 함축과 상징,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은 다소 부족했던 게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책을 보고 나니까 영화 '트리 오브 라이프'가 떠오른다. 참 영롱한 영화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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