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8 -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 : 사활 미생 8
윤태호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원 인터내셔널이 대기업이다 보니 하청받는 중소기업은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직접 서류를 챙겨서 온 어느 작은 기업의 상무님이 꾸벅 인사하며 땀 벌뻘 흘리시는 모습이 장그래는 안쓰럽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디서 동정질이냐는 오차장의 버럭!이 따끔했다. 한 가정의 가장한테 대체 무슨 오만함으로! 뒤에서 이어 나오는 장백기가 겪는 직장인 사춘기와 비슷한 게 아닐까. 벌써 조직 안에 녹아 들어서 긴장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래서도 아니 되지만 아직 그럴 때도 아니거늘!


소미 엄마 선차장의 이야기가 많이 와닿았다. 같이 공부하다가 남편 먼저 시험에 합격했을 때, 같이 근무하다가 남편 먼저 승진했을 때, 같이 박사과정 밟다가 여자가 양보하고 남자가 먼저 학위를 땄을 때 등등.. 비슷한 사례는 많다. 많은 경우 여자 쪽의 양보가 강요되어진다는 것도. 만화 속 선차장의 남편은 그나마 집안 인을 많이 '거드는' 편임에도 말이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면서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를 떠올렸다. 이건 꼭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계에서도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공감에 대한 뇌 영역이 다르다는 걸 느낀다. 우리집 아해들을 보더라도 말이다. 


직장인 사춘기에 푹 절어버린 장백기가 IT 영업팀 박대리를 만났다. 



후배들 앞에서는 어깨에 힘 들어가는 박대리가 또 썰을 풀어냈다. 자칭 피비린내 나는 헌터지만 사실상 관리형 농부 스타일이 어울리는 박대리. 그림을 얼마나 재치있게 그렸던지 한참 웃었다. 장그래 때와 마찬가지로 후배 직원 앞에서와 상사 앞에서의 말이 확 달라지는 박대리. 그런 박대리도 들이받을 때가 있다. 온화한 사람이 화나면 더 무섭다는 말을 꼭 믿지는 않지만, 가끔은 먹힐 수 있지 않은가?



관리형 농부 옷을 입은 사내에게서 상남자의 냄새를 맡을 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법!


그림의 미학을 가득 느끼게 만든 8권이었다. 



장그래 법이라고, 말장난 같은 비정규직 법안이 나왔을 때 웃었다. 어이없는 그들의 말장난 때문이 아니라, 그 말장난 같은 조삼모사 법안이, 그래도 그동안 내가 도장 찍었던 어떤 계약서보다는 나아서 말이다. 저런 풍경 같은 그림에 내 자리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한폭의 그림으로 말이다. 바깥에서 구경만 하는 입장 말고.


드라마를 먼저 봐버려서 책에 대한 흥미가 다소 떨어졌지만 그렇다고 책의 함량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다. 드라마는 마지막이 액션 활극으로 끝나버렸지만 원작은 그래도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마지막까지 주행해 보자. 그 끝에 뭐가 있는지 직접 확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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