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힘센 것 - 지구촌 평화 그림책 내인생의책 그림책 53
오진희 글, 김재홍 그림 / 내인생의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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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형체도 없는 아주 작은 먼지 하나, 세상에서 가장 힘센 무엇이 되어서 훌륭한 일을 해내고 싶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라도 반드시 되고 싶었다. 먼지는 도전했다. 주변에서 일러주는 충고를 잘 듣지 않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건 힘센 것이 아니었으니까. 오랜 시간을 거쳐 먼지는 힘센 강철 무기가 되었다. 그러니 힘은 세지만 훌륭한 일을 해내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강철 무기를 미워했다. 힘센 것이 되는 것에만 집중했던 먼지는 혼란에 싸였다.


뒤늦게 바람을 떠올려 보았다. 바람은 가장 의미있는 것은 이쪽의 생각을 저쪽으로 전달해 주는 것. 그렇게 서로가 닿도록, 소통하도록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다. 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그런 일을 의미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렇지만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강철 무기가 되어보았던 먼지는 이제 그 값어치를 알게 되었다. 


언뜻 권정생 선생님의 '강아지똥'이 떠올랐다. 아주 작고 미약한 존재, 무엇에도 쓸모 없을 것 같던 그 강아지똥이 해낸 기적같은 변화 말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먼지 하나다. 본인이 작디 작았기 때문에 더 큰 무언가, 더 쓸모 있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하드웨어적으로 힘센 강철 무기는 세상을 평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세상을 더 폐허로 만드는 데에 적합한 존재였다. 


38도선을 넘어 북으로 행군한 날을 기념하여 국군의 날을 삼는 나라에서 평화란 소원하다. 기피해야 할 전쟁을 기념하는 곳으로 명명한 나라에서 평화는 멀기만 하다. 도무지 실효라고는 없고 분쟁만 일으키는 삐라 따위는 뿌리지 않도록 해야, 평화를 얘기할 입장이 되지 않을까. 혹시 먼지 친구가 착각한 것처럼 강철 무기만 갖추면 훌륭한 일을 해낼 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작권도 없는 나라에서? 


평화를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있다. 우리가 다같이 추구해야 마땅하고 간절히 소원해야 하고, 또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이 평화가, 관념속에 가라앉지 않고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 이 책도, 이 시리즈들도 그 작은 출발점이었으면 한다. 평생을 그런 가르침 속에서 살다 가신 권정생 선생님이 다시금 떠오른다. 선생님의 빈자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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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11: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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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16: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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