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쪽에서 세계 작가 그림책 8
로랑스 퓌지에 글, 이자벨 카리에 그림, 김주열 옮김 / 다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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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담장 아래 다다른 꼬마 여자 아이. 친구들을 기다리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심심한 여자 아이는 홀로 공을 차며 놀기 시작했는데, 실수로 담장 너머로 공을 넘기고 만다. 담장은 너무 높고, 공을 찾아올 수는 없고, 꼬마아이는 막막하다. 그런데 반대편 담장에는 꼬마 남자 아이가 있었다. 불시에 넘어온 공 하나. 이를 어쩐다? 꼬마는 있는 힘껏 공을 던졌다. 반대편에 있던 꼬마 여자 아이가 돌아온 공을 보며 반가워한다.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서로 말이 통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무언가 마음을 전하고 싶다. 너 누구니? 혹은 공 돌려줘서 고마워 같은,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래서 공에다가 그림을 그렸다. 자기 얼굴을. 이제서야 공을 던진 사람이 꼬마 여자아이라는 걸, 꼬마 남자아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다. 그렇게 그 둘은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 사이이면서 친구가 되어 갔다. 그리고 마침내 담장이 무너져 내렸을 때 서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너무 높아서, 너무 가팔라서 결코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담장도 무너졌다. 25년 전, 그러니까 1989년 11월 9일에 무너져내린 베를린 장벽이 떠올랐다. 어찌 보면 말 실수에서 비롯된 한마디가 굳건하게 버티던 장벽을 무너뜨렸다. 물론, 그렇게 되까까지 동쪽을 향해 내내 러브콜을 날리던 서독 정부의 정책이 있었고 노력이 있었다. 그렇게 하나가 되더니 분단의 아픔을 이겨내고 유럽 연합을 이끄는 강국으로 우뚝 서버린 독일이 되었다.


불과 어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90년대 이전에나 하던 식의 반공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서 식겁했다. 상대방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무찔러야 할 적'으로 인식한 채 어린 학생들에게 나쁜 인식을 심어주면서, 대체 어떤 통일을 이야기하고 어떤 소통을 말할 수 있을까. 이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평화가 아닌 전쟁을 원한다는 것인가? 


담장 너머의 사람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로 소통했다. 서로 마음을 전달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 않는다. 반세기 전처럼 뿔달린 괴물이 살고 있는 게 아님을 충분히 아는데도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 정치적 목적과 얻어낼 수단으로밖에는 상대를 여기지 않는다. 서로가 인권을 무시하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가치로 여기지 않으면서 상대방을 향해 손가락질 한다. 쬐끄만한 땅덩어리 안에서, 자원 하나 가진 것도 없는 나라에서 대체 뭘 믿고 무대포로 위태로운 절벽을 향해 가는 것일까? 


그렇게 소통이라고는 모르는, 평화라고는 눈꼽만큼도 생각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속의 꼬마들을 좀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 아주 작은 출발에서부터 달라질 수 있다고, 제발 그 가식적인 얼굴로 평화를 외치지 말고, 진정성 있는 평화를 도모해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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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6 1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4-11-16 16:59   좋아요 0 | URL
이렇게 지속적으로 반공교육을 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소름 끼쳤어요.
확신에 가득찬 저 육사 생도가 군부대에 가서는 또 군 장병들을 교육시키겠죠.
끔찍한 뫼비우스의 띠예요. 끝나지를 않아요. 후아...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