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의 여왕 Dear 그림책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서애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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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일찍 잃고 온갖 지역을 여행하면서 아이들에게 춤과 예절을 가르치는 예절학교를 운영하던 애니 에드슨 테일러는 학생 수가 줄어들자 마침내 학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이후의 노후가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자존심이 강했던 애니는 구빈원에 들어가 살고 시지 않았고, 계산대에 앉아 자신이 가르쳤던 아이들에게 사탕을 팔거나, 그 아이들의 부모가 보는 앞에서 마루를 닦고 싶지도 않았다. 앞으로 돈 걱정 없이 살기 위해서는 큰돈을 벌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어느 날, 나이아가라 폭포에 관한 기사를 보던 애니의 머리 속에 퍼뜩 불이 들어왔다. 마치 샴페인 병에서 코르크 마개가 퐁 빠지듯이 좋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세상 누구도 해내지 못한 일이며, 그 일을 해내면 명예와 재산을 다 얻을 만한 아이템이었다. 


추진력이 있는 애니는 당장 행동에 돌입했다. '폭포 타기' 계획을 세운 것이다. 특별한 나무통을 만들어서 자신이 그 안에 들어간 채 폭포를 타고 내려오는 위험천만한 일을 하려는 것이다. 



바로 그 특별한 나무통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누가 봐도 위험하며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던 것이다. 하지만 추진력 강한 애니가 아니던가! 애니는 직접 그린 설계도를 들고 가서 끈질기게 공장주를 설득했고, 마침내 자신의 몸에 꼭 맞게 제작된 나무통을 갖게 되었다. 높이 140cm에 무게 73kg이고 입구는 강철 테두리를 두른 나무통이었다. 내부는 애니 몸에 꼭 맞으며 베개를 넉넉하게 채워 넣어서 머리를 보호했고, 손잡이가 될 금속 고리와 몸을 안전하게 묶을 가죽 벨트도 단단하게 고정했다. 


나무통만 가지고서는 부족하다. 애니가 나무통을 타고 폭포를 탈 거라는 것을 사방에 알려주고 홍보해 줄 매니저가 필요했다. 소문은 곧 퍼졌고, 사람들의 관심을 가득 받았다. 나이아가라 폭포 위쪽에서 애니가 탄 나무통을 옮겨줄 뱃사공도 구했다. 기자들과 구경꾼들이 잔뜩 몰려왔다. 누구도 말리진 않았나 보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이 어마어마한 쇼를 기다렸을 테지.



예순 두 살의 나이도 놀랍지만,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이 일을 기획한 애니의 담력은 얼마나 큰가. 그야말로 간큰 여자다. 물론, 애니도 아주 겁이 났을 것이다. 자이로 드롭을 탈 때도 천천히 올라가던 기구가 탁하고 멈추는 순간, 이제 곧 어마어마한 속력으로 떨어질 거라는 걸 알아차리는 순간 공포가 극대화되지 않던가. 애니도 그랬다. 절벽 끄트머리에 걸칠 때 물살이 잠깐 잠잠해질 거라고 뱃사공은 일러주었다. 그러면 죽을 힘을 다해 손잡이를 붙잡고 기도하라고 했다. 애니가 기도하며 오 마이 갓!을 외칠 시점이다! 



그리고 바로 이때가 폭포 아래에 모인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커질 시점이다. 이 장면은 색깔을 많이 쓰지 않는 알스버그의 그림으로도 충분히 압도적인 폭포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이 책의 표지 그림이기도 하다.



함성 소리가 절로 들리는 것 같지 않은가? 그림으로 보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풍경이다. 세상에나 네상에나!!!


결과는 놀라웠다. 애니는 살아남았다. 약간의 부상을 입었지만 혼자 걸어서 나올 만큼은 멀쩡했다. 이후 애니의 소문은 파다하게 퍼졌고, 애니는 그 덕분에 큰 돈과 명예를 거머쥘~ 거라고 예상했으나, 그녀의 예상은 빗나갔다.



사람들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기대했던 모험가가 아니라 할머니가 등장하자 실망해 버렸다. 관심은 급속히 줄어들었고, 사기치는 매니저들이 줄을 이었다. '폭포의 여왕'이라는 거창한 제목과, 거창한 모험담에 걸맞는 엔딩이 아니라 급 실망할 것인가?



이 대목에서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애니도 기대했고, 독자도 기대했던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애니는 누구도 해내지 못했고, 해볼 생각도 못했던 놀라운 일을 해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실화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충격지점이다. 실제의 애니를 보자. 그녀의 대단한 통과 함께~



무려 100년도 더 전의 이야기이다. 세상에나, 네상에나!!!


애니는 폭포타기를 하고 난 뒤에도 20년을 더 살았다. 그 후로 그녀처럼 폭포타기에 도전한 사람이 더 생겼고, 그 중에는 목숨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아무튼 그들 중에 여자 도전자는 애니 뿐이었다. 오늘날까지도 쉽게 깨지지 않을 기록이다.


노년을 구빈원에서 보내거나 모양 빠지는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던 애니는, 기대했던 명예와 돈 대신 어느 정도 쓸쓸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하지만 이 어머어마한 도전은 애니를 성장시켰다. 그녀가 깨닫지 못했던 가르침을 주었고, 그것들은 애니를 이전보다 분명히 더 빛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이야기까지는 차마 적지 않겠다.^^


오랜만에 만나는 크리스 반 알스버그의 그림이 반가웠다. 실화를 다룬 이야기에서조차도 특유의 판타지 느낌이 가득했다. 색을 많이 쓰지 않아서 무척 단조롭게 보일 법도 하건만 극사실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마저 느끼게 하는 그림 실력은 여전했다. 이 성실한 할아버지의 다음 그림책을 또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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