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은밀한 가족(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 2013)
4월달에 극장 측의 시스템 오류로 받게 된 초대권은 1인 2매 가능한 표였다. 시네코드 선재에서 언니와 함께 이 영화를 보았는데, 드물게 만난 이 그리스 영화는 내용도 아주 충격적이었다. '은밀한' 가족에서의 은밀함은 당연하게도 성적 코드를 품고 있지만, 그 이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아주 끔찍한 가족 폭력의 이야기. 아비가 딸을, 혹은 아내를 팔아먹는, 이제는 손녀의 차례가 돌아오는 역겨운 악순환의 고리. 그 아비를 죽이고 나니 이제는 어미가 그 자리에 우뚝 서서 아비의 얼굴을 하는, 끊어내기 위해선 목숨을 버려야 가능한 몹쓸 유대관계를 가진 가족의 은밀한 이야기였다. 와, 그리스 영화를 이렇게 만나네!

★★★★★
34. 역린(이재규, 2014)
이재규 감독에, 현빈 조정석 등 좋아하는 연기자 대거 출연에, 게다가 소재는 정조라니! 당연히 나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개봉 첫날, 혹은 시사회를 보고 온 사람들의 입소문은 실망스럽다는 평이 더 많았다. 아니 왜???
소문은 직접 확인해야 했다. 영화를 보고 나니 아쉬운 점이 있었던 건 분명하나 그렇게 혹평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더 실망스런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이를 테면 군도..ㅎㅎㅎ)

이재규 감독답게 영상에 아주 공을 들인 것은 인정!
각각의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잘 갖다 놓았지만, 그건 좀 과했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한꺼번에 포식하면 배탈날 수 있음! 각각의 캐릭터에게 모두 사연을 집어넣자니 이야기가 산만해진다. 이건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니까 때로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넘어갔어야 하지 않을까?

한지민은 여전히 예뻤지만, 연기의 톤은 각시투구꽃 때가 더 좋았다. 실제(로 추정되는) 정순왕후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손자 정조보다 몇 살 더 많은 그녀지만, 이 영화에서는 현빈이 삼촌처럼 보였음.ㅎㅎㅎ
정은채는 너무 서구적으로 생겨서 사극은 좀 어색했다. 외국인이 한복입은 느낌?
가장 기대했던 것은 살수 역의 조정석이었다. 연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액션이 너무 힘들어서 토할 지경이었다는데, 예상 외로 액션은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재영의 액션이 더 훌륭했다. 아마도 대역이었겠지만. 그래서 안타깝지만 아무래도 기럭지의 문제가 아닐까...;;;; 마지막에 현빈과의 대치 장면도 조정석의 팔이 조금만 더 길었어도 현빈이 찔렸을지 모름..ㅎㅎㅎ
극중 정조의 입을 빌려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은 분명히 드러난다. 하지만 그걸 설득력 있게 전개시켜 나는 디테일은 많이 부족했다.
참, 화제가 됐던 현빈의 등 근육은 영화 초반에 나온다. 늦게 입장하면 영화 끝날 때까지 못 본다.ㅎㅎ








★★★☆
35.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아르노 데 팔리에르, 2013)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치루어야 했던 무수한 삽질은, 슬프니까 넘어가자. 이날은 안산 합동분향소에 다녀온 날이었고, 지하철을 오래 탔더니 꽤 졸렸다. 그렇지만 영화는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다행~

매즈 미켈슨의 영화는 여전히 빛났다. 어떤 배역을 맡든지 밑고 볼 수 있는 명배우!
이 남자의 시작은 억울함에서 출발했다. 그가 이해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던 부당한 힘에 대항했는데, 그것이 어느새 시대적 저항이 되었고, 역사의 한 획이 되어버렸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은 거대한 나비효과가 된 것이다. 그 자신의 희생 또한 못지 않게 컸지만...
영화 보기 전에는 소설이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굳이 소설을 또 보고 싶지 않아졌다. 먼저 봤다면 달랐겠지만, 이미 영화를 보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소설 안 읽어도 좋을 만큼 영화가 만족스러웠다.








★★★★★
36. 엑스맨 : 퓨처 오브 데이즈(브라이언 싱어, 2014)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의 뒤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벌써 3년 전에 본 터라, 또 그 사이사이 엑스맨 시리즈는 달랑 1편만 본 상태여서 초반에 많이 헤맸다. 내가 모르는 캐릭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여전히 흥미로웠다. 새로 만난 퀵실버 캐릭터는 얼마나 큰 웃음을 주었던가. 제니퍼 로렌스의 미스틱은 당연히 CG라고 생각했는데 자기 몸에다가 분장을 한 거였다. 세상에, 잘 먹는다는 이 여자의 백만 불짜리 몸매에 충격!
마지막 엔딩 크레딧 뒤의 쿠키 영상에는 피라미드가 나왔다. 이어서 나올 마블의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것도 엑스맨이라고 한다. 앞으로 몇 년 뒤에나 나올 새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
37. 슬기로운 해법(태준식, 2013)
처음 소셜 펀딩으로 소개됐을 때는 제목이 '야만의 언론'이었을 것이다. 소액을 기부하고 오래도록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그리고 어렵게 개봉한 영화를 보고 또 한참 시간이 지나서.... 뭘 봤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영화 볼 당시에도 특별하단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야만스럽고 천박한 언론의 행태는 사실 날마다 생생하게 라이브로 보고 있지 않던가. 딱히 할 말이 없다. 애석하게도.








★★★
38.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
무척 보고 싶었던 영화였으나, 이 영화를 보기 직전 자행했던 나의 삽질로, 극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녹초. 그 바람에 영화 중간에 몽땅 자버리고 말았다. 대강 어떤 내용이 전개됐을지 짐작은 가지만, 통으로 보지 못한 게 무척 애석했다. 작년에 본 마스터는 참 난해했는데(그때도 졸았던 게 퍼뜩 떠오르네!) 이번 영화는 분위기가 아주 달랐다. 포스터의 핑크는 호아킨 피닉스와 어울린다고 여기지 않지만, 어쨌든 작품과는 잘 어우러진다.

역시 마스터에 같이 나왔던 에이미 아담스의 연기도 이 작품에서 훨씬 좋았다. 아메리칸 허슬보다도 더~
스칼렛 요한슨은 목소리만 출연했지만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냈다. 워낙 강렬한 목소리인지라 그녀의 연기까지도 눈앞에 그려지는 착각까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의 사람들은 모두 외롭고, 서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법을 잘 모르고, 오히려 컴퓨터 OS와 사랑에 빠지는 게 더 자연스러운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중에선 가장 살만한 세상이 아닐까 싶다. 대개 미래 배경의 영화는 끔찍한 환경 재난이나 전쟁, 혹은 외계인 침공 등을 다루지 않던가. 사실상 현재의 이 세상도 그와 별 다르지 않고. 그래서 쓸쓸함이 감돌아도 저런 미래는 나름 괜찮아 보였다. 영화를 보고 나니 she가 아닌 her라는 제목이 어렴풋이 공감이 가면서 살짝 미소 짓게 된다. 예쁜 영화다.








★★★★★
39. 끝까지 간다(김성훈, 2013)
와,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 같았는데,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배우와 연출의 시너지 효과가 좋았다. 조진웅이 이선균으로부터 얻어내려는 것을 스스로 찾지 못했다는 설정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아무튼 두 배우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방 먹여준 그 돈다발 컷은! 입이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혼이 나갈 만큼, 지옥까지 다녀온 기분을 만드는 고생이었지만, 꼭 착한 사람이 잘 되지도 않고, 못된 사람이 다 벌 받는 것도 아닌 그런 결말에서 보여준 어마어마한 돈더미는 사람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어휴!!!








★★★★
아동작가 초대전-내 마음 속의 보물
이라는 제목은 무척 거창하다. 세현군이 다니는 미술 학원에서 5.6학년 학생들의 그림을 선별해서 압구정동의 어느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당연히 조카 그림 보러 갔지만, 다른 작품들이 더 눈에 띄었다는 이야기.ㅎㅎㅎ
어린이 날에 다녀왔는데 모처럼 가족 사진을 찍었다는 게 이날의 수확이다. 언니는 전날 다녀와서 빠졌다. 가족이 6명인데 차는 오인승이므로...ㅎㅎㅎ
뮤지컬 바람의 나라
아무래도 2006년의 그 조합은 다시 나오지 않을 모양이다. 그럼에도, 뮤지컬 바람의 나라 공연 소식이 들려오면 피해가지를 못하겠다. 그래도 이번에는 나눔티켓 덕분에 50% 할인 받아서 비교적 저렴하게 관람 가능해서 다행~
호동 왕자 역할을 엠블랙의 지오가 맡았는데 이미지가 잘 어울렸다. 2006년의 조정석 연기와 노래를 따라가진 못했지만, 그 이미지와 가장 흡사하기는 했다. 고영빈 무휼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멋있었다. 혜압 역의 고미숙 배우도 감탄! 그렇지만 그밖의 다른 캐릭터들은 노래와 연기 모두 조금씩 아쉬웠다. 역시 슈퍼 캐스팅은 2006년이다. 흑흑...











북한산 둘레길
북한산 국립공원 바로 아래 살고 있지만 산에 가본 적은 거의 없다. 등산도 거의 못해본 것 같다. 몇 해 전에 조정래 선생님과 함께 둘레길을 걸어본 게 다였나보다. 친구의 제안으로 둘레길을 가게 되었다.

엄청 더웠고, 때문에 많은 땀을 흘렸지만 그게 개운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둘레길이었다. 쿨토시가 정말 시원해서 신기했고, 등산객들이 왜 긴바지를 입는지도 처절하게 깨달았다. 반바지 입었더니 종아리가 막 화끈화끈....;;;;;
실컷 땀 빼고 난 다음에 마시는 맥주는 또 얼마나 시원했던가. 캬아!







